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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청두에서 마파두부 한 그릇을 앞에 두고 "한국에서 먹던 그 맛이랑 이게 같은 음식이 맞나?" 싶었거든요. 마라(麻辣)의 원조 도시 청두에서 직접 먹어본 사천 요리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중국 음식의 범주를 꽤 크게 벗어나 있었습니다. 좋은 방향으로든, 불편한 방향으로든.

마파두부와 궁보계정: 원조는 다르다는 말의 진짜 의미
처음 진 마파두부 식당 앞에 섰을 때, 외관이 제법 근사한 레스토랑 분위기라 가격이 꽤 나올 거라 짐작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메뉴판을 보니 마파두부 한 그릇이 24위안, 우리 돈으로 4,800원 정도였습니다. 이 가격에 나온 양이 한국 기준으로 두세 그릇은 될 정도여서, 혼자서는 절반도 다 비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맛 자체는 정말 달랐습니다. 여기서 마라(麻辣)란 사천 요리의 핵심 풍미를 가리키는 용어로, '마(麻)'는 화조(花椒, 산초)에서 오는 혀가 저릿저릿 마비되는 얼얼함, '라(辣)'는 고추에서 오는 직접적인 매운맛을 뜻합니다. 한국 중식당의 마파두부가 달고 부드러운 방향으로 현지화된 음식이라면, 청두 현지의 마파두부는 이 마라 풍미가 전면에 쏟아져 나오는 구조입니다. 밥과 함께 비벼 먹으면 딱 맞게 간이 잡히는데, 그 중독성은 꽤 강렬했습니다.
궁보계정(宫保鸡丁)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놀라운 음식이었습니다. 저는 마라 계열의 강한 자극을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부드럽게 볶은 닭고기와 고소한 땅콩, 살짝 달콤하고 쌉쌀한 소스가 어우러진 요리였습니다. 향신료가 전면에 튀어나오지 않아서인지, 마라에 예민한 분들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입니다. 중국 현지 식당 어디에 가도 메뉴판에 올라 있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천 요리의 대표 음식을 처음 시도하는 분들께 실제로 도움이 될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마파두부는 양이 매우 많아 1인 주문 시 혼자 다 먹기 어렵습니다. 두 명이 나눠 먹는 걸 권장합니다.
- 마라에 약하다면 주문 시 "웨이라(微辣, 살짝 매운맛)" 또는 "부라(不辣, 안 매운맛)"를 요청하면 됩니다.
- 궁보계정은 향신료 부담이 적어 사천 요리 입문용으로 적합합니다.
페이창펀: 막창 국수를 둘러싼 진입장벽의 실체
페이창펀(肥肠粉)은 제가 이번 청두 여행에서 가장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많이 느낀 음식이었습니다. 이름 그대로 돼지 막창(肥肠)과 고구마 당면(粉)이 들어간 국수인데, 내장류에 거부감이 없는 분이라도 처음 한 입은 조금 낯설 수 있습니다.
여기서 고구마 당면이란 일반 녹두 당면과는 원료가 다른 면으로, 고구마 전분을 원료로 만들어 쫄깃함과 탄성이 훨씬 강하고 국물을 흡수하는 속도도 더딥니다. 덕분에 마지막까지 퍼지지 않는 식감을 유지한다는 게 현지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로 보입니다. 제 경험상 이 면 자체의 식감은 꽤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대창을 추가 주문해서 먹어봤는데, 예상과 다르게 곱창과 대창이 함께 섞여 나왔습니다. 그리고 테이블에 놓인 홍유(紅油)와 흑식초를 적당히 넣으면 맛의 결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홍유란 고추와 향신료를 우려낸 붉은 기름으로, 사천 요리에서 국물의 색과 깊이를 결정하는 핵심 재료입니다. 흑식초를 한 바퀴 둘렀을 때 기름진 국물이 한결 개운해지는 경험은, 직접 해보지 않으면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이 음식을 "무조건 다 맛있다"고 권하기는 어렵습니다. 내장 특유의 향이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기 때문에, 내장류에 민감하신 분들께는 진입장벽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맛있는 음식이라는 전제 위에 취향이라는 변수가 꽤 크게 작용하는 요리입니다.
유네스코는 2010년 청두를 '창의 도시 네트워크(Creative Cities Network)'의 미식 도시로 지정했습니다. 미식 도시(City of Gastronomy)란 유네스코가 음식 문화와 요리 전통이 도시 정체성에 깊이 뿌리내린 도시에 부여하는 명칭으로, 현재 전 세계 50개 내외의 도시만이 이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출처: 유네스코). 페이창펀 같은 서민형 소울푸드가 이 미식 도시의 뿌리에 있다는 사실은, 골목 노점의 국수 한 그릇을 다시 보게 만드는 맥락이기도 합니다.
징거이: 길거리 간식을 둘러싼 낭만과 현실 사이
징거이(锅盔)는 청두 여행에서 제가 가장 오래 줄을 서서 먹은 음식이었습니다. 가마솥 모양의 화덕에서 밀가루 반죽을 구워낸 중국식 페이스트리인데, 직접 먹어보기 전까지는 그냥 호떡 비슷한 간식이겠거니 했습니다.
실제로는 달랐습니다. 징거이의 식감을 설명하는 데 자주 쓰이는 표현이 '겉바속촉'인데, 이건 단순한 수식어가 아닙니다. 화덕에 붙여 직화로 굽는 방식 덕분에 겉면은 얇고 바삭한 크래커 수준으로 부서지고, 속은 겹겹이 켜가 나뉜 라미네이션(lamination) 구조로 되어 있어 촉촉하고 묵직합니다. 라미네이션이란 반죽을 여러 겹으로 접고 펴는 제빵 기법으로, 크루아상이나 퍼프 페이스트리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갓 구운 것을 뜨거운 채로 한 입 뜯었을 때의 그 밀도감은, 편의점 호떡과는 완전히 다른 물건이었습니다.
소고기 속 재료가 들어간 징거이는 14위안, 돼지고기는 12위안이었습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줄이 길었던 이유를 먹어보고 나서야 납득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청두 길거리 음식을 즐기러 가는 여행자들이 "물티슈를 챙기고 우유를 미리 사 들고 가라"는 조언을 흔히 접하게 되는데, 저는 이 조언이 완전히 틀렸다고 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위생 준비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 준비 자체가 현지 음식을 일종의 '안전하게 가공된 체험'으로 소비하는 태도가 될 수 있다는 점은 한번쯤 생각해볼 만합니다. 현지인들이 매일 먹는 방식 그대로와 얼마나 가까이 있으려 하는지, 그 거리감이 여행의 성격을 꽤 결정하는 것 같습니다.
사천성 요리는 중국 8대 요리 계열인 '팔대 요계(八大菜系)' 중 하나로, 국내 중국 음식 전문 연구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사천 요리는 마라 외에도 어향(魚香), 괴미(怪味), 홍소(紅燒) 등 26가지 이상의 복합 조미 방식이 체계화된 정교한 요리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중국학회). 길거리 징거이 하나도 이 요리 체계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생각하면, 노점 앞에 서는 경험이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청두의 미식이 좋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돌아와서 생각해보면, 저는 그 맛의 강렬함에 취한 나머지 그 음식들이 어떤 맥락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충분히 들여다보지 못한 것 같기도 합니다. 마파두부가 맛있었고, 페이창펀의 식감이 신선했고, 징거이가 바삭했던 것은 모두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음식들을 단순히 "인생 맛집"이나 "미식 레이스의 코스"로만 소비했는지, 아니면 그 맛 안에 담긴 사람과 삶의 방식을 조금이라도 읽으려 했는지는 돌아와서야 스스로 물어보게 됐습니다. 청두에 가신다면 맛집 리스트만큼이나 그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도 한번쯤 생각해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YK0rGSOyEPI&list=PL-XfG1IjZlqxB7jVe3iaMWnf8KrTtqr8s&index=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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