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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잘츠부르크를 처음에 일정에서 뺄 뻔했습니다. 스위스 물가에 치이고 몸까지 안 좋아진 상태에서 오스트리아 국경까지 넘는 이동이 겁났거든요. 그런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이 도시는 컨디션 최악인 날에도 걷는 것만으로 충분히 사람을 설레게 하는 곳이었습니다.
스위스에서 잘츠부르크까지: 국경 열차 이동 루트
스위스에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까지 이동할 때 저는 ÖBB(오스트리아 연방 철도)를 이용했습니다. 여기서 ÖBB란 Österreichische Bundesbahnen의 약자로, 오스트리아 국영 철도 공사를 의미합니다. 유럽 기차 여행에 익숙한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독일 DB나 스위스 SBB와는 달리 좌석 예약 없이 탑승하는 구간도 있어서 자리를 찾지 못하면 역방향 좌석이라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제가 직접 겪었는데, 기차 칸이 거의 만석이라 가방을 안고 역방향 자리에 겨우 앉았습니다.
이동 도중 환승 구간에서는 트랜짓(Transit), 즉 중간 경유지에서 다른 열차로 갈아타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역에서 내리는 순간 주변 승객들이 우르르 움직이는 걸 보고 저도 본능적으로 따라 움직였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제가 탄 기차가 리히텐슈타인을 거쳐 오스트리아로 진입하는 루트였습니다. 국경을 넘는 루트라는 걸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더라면 덜 당황했을 텐데, 이건 제가 실수한 부분이었습니다. 유럽 국경 통과 열차는 출발 전에 반드시 환승 여부와 플랫폼 변경 가능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잘츠부르크에 내렸을 때는 이미 비가 내리고 있었고, 저는 버스 24시간권을 현장에서 카드 결제로 구매했습니다. 대중교통 1일권, 즉 Day Pass는 잘츠부르크에서 버스와 트롤리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티켓입니다. 4.5유로로 시내 이동을 커버할 수 있었으니, 짧은 체류 기간에는 꽤 합리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잘츠부르크 대중교통 이용 시 참고할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버스 24시간권은 현장 자동발매기에서 카드 결제 가능
- 잘츠부르크 중앙역(Salzburg Hauptbahnhof)에서 구시가지까지 버스로 약 10~15분 거리
- 잘츠부르크 카드(Salzburg Card)는 주요 관광지 무료 입장과 대중교통이 포함된 통합 패스로, 체류 일수에 따라 24시간권·48시간권·72시간권으로 구분됨
컨디션 난조 속 잘츠부르크 산책: 360년 식당과 골목의 낭만
이 날 저는 솔직히 관광다운 관광을 거의 못 했습니다. 전날 급체한 데다 누적된 피로가 한꺼번에 터진 상태였거든요. 호엔잘츠부르크 성(Festung Hohensalzburg)이나 모차르트 생가 같은 주요 랜드마크를 속으로는 가고 싶었지만, 제 몸이 먼저 한계 신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다르게 판단했습니다. 아픈 상태로 입장료 내고 들어가 봐야 기억에도 잘 안 남고, 상황이 나빠지면 남은 일정 전체를 망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숙소에서 밀린 영상 편집을 하면서 회복에 집중했고, 오후 늦게 몸이 조금 풀리자 그때서야 밥을 먹으러 나섰습니다.
찾아간 곳은 1663년에 문을 연 식당이었습니다. 올해로 360년이 넘은 셈인데, 오후 2시부터 5시 반까지만 운영하는 에프터눈 메뉴(Afternoon Menu)가 따로 있었습니다. 에프터눈 메뉴란 점심과 저녁 사이 시간대에 한정 제공하는 별도의 메뉴 구성으로, 정규 저녁 메뉴보다 구성이 가볍고 가격이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오스트리아 전통 고기 요리를 처음 먹어봤는데, 갈비찜과 비슷한 식감에 스테이크 소스에 식초를 살짝 가미한 듯한 맛이었습니다. 옆에 나온 사이드 요리는 어묵과 밀가루 중간쯤 되는 식감으로, 이쪽 식문화에서 밥 역할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 경험상 오스트리아 음식은 한국인 입맛에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래도 360년 된 공간에서 먹는다는 경험 자체로 충분했습니다.
밥을 먹고 나서 잠시 걷기로 했습니다. 미라벨 정원(Mirabell Gardens)을 지나쳤는데, 여기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 1965)에서 '도레미송'을 부르던 배경이 된 곳입니다. 비가 내리는 데도 정원의 흙이 질어지지 않았고,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현실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라는 표현이 딱 맞았습니다. 모차르트 광장(Mozartplatz)에 이르렀을 때 중앙의 모차르트 동상과 주변 건물들을 보며 이 도시가 어떻게 문화 관광 도시로서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됐습니다.
골목 분위기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담쟁이덩굴이 오래된 석조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 있었고, 뜬금없이 크리스마스 향기 같은 게 느껴지는 골목이 있었습니다. 모차르트 생가 앞에 잠깐 멈췄는데, 모차르트 생가(Mozart Geburtshaus)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1756년에 태어난 건물로 현재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출처: 잘츠부르크 관광청). 제가 그날은 내부를 들어가지 못했지만, 외벽만 봐도 그 역사감이 충분히 느껴졌습니다.
유럽 역사 도시의 문화 관광 경쟁력을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와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는 두 개의 강력한 문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연간 약 9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치하고 있습니다(출처: 오스트리아 국가관광청 Austria Tourism).
아쉬움이 남아도 지금 몸이 먼저라는 판단은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잘츠부르크는 하루 이틀로는 절대 다 볼 수 없는 도시이고, 저는 이날 맛보기로도 이 도시의 매력을 충분히 확인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할슈타트(Hallstatt)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이것으로 잘츠부르크에서의 시간은 마무리됐지만, 다음에는 잘츠부르크 카드를 끊고 제대로 된 이틀을 쓰고 싶습니다. 아쉬움이 남아야 다시 올 이유가 생기는 법이니까요. 몸 상태가 걱정되시는 분이라면 장기 여행 중에는 하루를 과감히 비우는 결단이 결국 전체 여행을 지키는 길임을 꼭 기억해 두시길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1WX0VldYNiI&list=PLD7Ss_NVlYEn8XdHAFaQOLicDmhFzXqaY&index=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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