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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일본 무비자가 다시 풀렸을 때 입국 절차가 예전보다 복잡해졌을 거라고 막연히 겁을 먹고 있었습니다. 일본어도 안 되고 영어도 안 되는 상태에서, 공항 검역 줄에 몇 시간씩 서 있어야 하면 어쩌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겪어보니 이야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미리 준비 하나만 제대로 해갔더니, 입국 수속이 30분도 안 걸렸습니다.

일본 입국

입국심사앱과 신칸센 지정석, 입국 첫날 두 번 놀란 이유

일본 입국 시 현재 활용되는 앱 중 하나가 Visit Japan Web(VJW)입니다. 여기서 VJW란 일본 정부가 운영하는 디지털 입국 심사 플랫폼으로, 입국심사와 세관신고를 사전에 온라인으로 처리해 공항 현장 대기 시간을 줄여주는 시스템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공항 도착 후 QR 코드를 보여주니 담당자가 바로 통과시켜 줬습니다. 체감상 줄이 전혀 없었습니다.

일본 국토교통성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일본을 찾는 외국인 여행객은 2023년 한 해 2,500만 명을 넘어서며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출처: 일본 관광청(JNTO)). 그만큼 공항 혼잡도 심해졌는데, 사전 등록 앱 하나가 체감 대기 시간을 얼마나 줄여주는지는 제가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후쿠오카 공항에 내려 하카타역으로 이동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JR 패스 교환이었습니다. JR 패스(Japan Rail Pass)란 일본 국철 JR 그룹 전 노선을 일정 기간 무제한으로 탑승할 수 있는 외국인 전용 패스입니다. 핵심은 신칸센(고속철도)에도 적용된다는 점인데, 이것이 패스 가격 대비 효율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입니다. 제가 이번 여행에서 후쿠오카에서 홋카이도까지 종단하는 구간을 신칸센으로만 이동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도 편도 요금이 5만 엔을 훌쩍 넘습니다. 1개월 전국 패스 가격이 약 10만 엔 수준임을 감안하면, 왕복 한 번으로 거의 본전을 뽑는 구조입니다.

JR 패스와 함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지정석 예약입니다. 지정석 예약이란 신칸센 탑승 시 특정 좌석 번호를 사전에 확보하는 절차로, JR 패스 소지자는 별도 추가 요금 없이 역 창구에서 예약권(지정석권)을 발권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첫날 저녁 식사 전에 하카타역에서 다음 날 신칸센 지정석을 미리 끊었는데, 이게 정말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성수기나 주말 열차는 자유석이 없어서 통로에 서서 가는 경우도 생기거든요.

JR 패스가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짚고 싶습니다. 일반적으로 JR 패스만 있으면 일본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로 써보니 한 도시나 특정 지역에만 머무는 일정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규슈 지역만 집중적으로 돌 계획이라면, 규슈 레일 패스(Kyushu Rail Pass)가 훨씬 저렴합니다. 규슈 레일 패스 5일권은 약 2만 엔 수준으로, 전국 패스의 5분의 1 가격입니다. 이동 거리를 사전에 시뮬레이션해보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첫날 지정석 예약 시 확인해야 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출발역과 도착역, 탑승 날짜·시간을 종이에 미리 적어 가면 언어 장벽을 줄일 수 있습니다.
  • 노조미(Nozomi), 미즈호(Mizuho) 등 일부 초고속 열차는 JR 패스로 탑승 불가이므로 반드시 사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 지정석 예약은 탑승 당일도 가능하지만, 여행 성수기에는 전날 또는 도착 직후 바로 끊는 것이 안전합니다.

잇푸도 본점, 나카스 야타이, 그리고 후쿠오카 첫날의 솔직한 온도

짐을 맡기고 처음 향한 곳은 잇푸도(一風堂) 본점이었습니다. 숙소 근처에도 지점이 있었지만 제 경험상 본점과 지점의 국물 농도는 체감이 다릅니다. 잇푸도의 시로마루(白丸) 라멘은 돼지 뼈를 장시간 우려낸 돈코츠 육수를 기반으로 하는데, 돈코츠 육수란 돼지 뼈를 고온에서 오랜 시간 끓여 뽀얗고 진한 국물을 뽑아내는 조리 방식으로, 후쿠오카 하카타 라멘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오후 2시 반이 넘어서야 먹는 늦은 점심이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공항에서부터 이동하느라 지쳐 있었는데, 한 그릇 비우고 나니 몸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었거든요.

캐널시티를 지나 밤에는 나카스 야타이(中洲屋台) 거리로 향했습니다. 야타이란 일본 규슈 지역에서 독특하게 발달한 노점식 포장마차 문화로, 강변이나 골목에 고정 설치된 소형 포장마차에서 라멘, 꼬치, 술 등을 제공하는 형태입니다. 분위기 자체는 압도적으로 좋았습니다. 나카스 강변을 따라 늘어선 불빛과 손님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그 장면은 후쿠오카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저는 선뜻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일본어가 안 되는데 좁은 카운터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해야 한다는 게 생각보다 높은 장벽이었거든요. 나중에 찾아보니 야타이 운영자 대부분이 일본어 외 언어를 거의 구사하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현황이라고 합니다(출처: 후쿠오카시 관광 공식 사이트). 그 좁은 공간에서 메뉴도 모르고 앉아있다가 폐를 끼칠까 봐 결국 발길을 돌렸습니다. 일본어 기본 회화 몇 마디만 준비했어도 달랐을 텐데, 그 부분이 첫날 가장 아쉬운 대목이었습니다.

후쿠오카 첫날은 입국 절차의 매끄러움과 야타이 앞에서의 머뭇거림이 공존했습니다. 잘 준비한 부분은 확실히 보상이 돌아왔고, 준비가 부족한 부분은 그만큼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앞으로 한 달간의 기차 여행을 생각하면, 이 첫날의 경험이 좋은 기준점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JR 패스를 들고 일본 전국을 누비는 기차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사전 디지털 입국 등록과 지정석 예약 두 가지는 출발 전에 반드시 처리해 두시길 권합니다. 현지에서 당황하며 해결하려면 시간도, 체력도 두 배로 소모됩니다. 저처럼 언어가 안 되는 상태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첫날 30분 만에 공항을 빠져나왔던 그 여유가 하루 종일 이어졌습니다. 준비가 곧 여행의 질을 결정한다는 걸, 후쿠오카 첫날이 증명해 줬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cQTynzF-Vk&list=PLD7Ss_NVlYEmhaSrSC7iR1x4ecK1ac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