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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첫날, 지하철 종점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타고 도심으로 들어서는 순간 이미 예감이 왔습니다. 길가에 서 있는 돌덩이 하나가 그냥 돌덩이가 아닌 도시. 콜로세움을 예약해 두고, 트레비 분수를 찾아가고, 패스트트랙 티켓을 샀는데도 당황스러운 일을 만났던 하루를 정리합니다.

트레비 분수 앞에서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됩니다
로마에 처음 온 분들이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 앞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사진 찍으러 정신없이 움직이다가 정작 그 자리에 있다는 감각을 놓치는 것입니다. 저도 처음엔 카메라부터 꺼냈는데, 한참 보다가 그냥 손을 내려놨습니다.
트레비 분수는 17세기 이탈리아 건축가 니콜라 살비(Nicola Salvi)가 설계한 바로크 양식(Baroque style) 분수입니다. 바로크 양식이란 17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건축·예술 사조로, 웅장한 규모와 풍부한 장식, 역동적인 형태가 특징입니다. 높이 26m, 너비 49m로 로마에서 가장 큰 분수이기도 합니다(출처: 로마관광청).
분수 앞에 섰을 때 주변 사람들 표정이 다 밝았습니다. 억지로 웃는 게 아니라 그 공간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직접 서 있어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거대한 조각상들 사이로 쏟아지는 물소리가 도심의 소음을 덮어버리거든요. 잠깐이지만 로마 한복판에서 완전히 다른 세계에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 1953) 촬영지 중 하나로도 유명한 이곳은 동전을 어깨 너머로 던지면 다시 로마에 돌아온다는 전통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한 번 던졌는데, 그 짧은 순간에 다음에 꼭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진심으로 들었습니다.
트레비 분수 방문 시 알아두면 좋은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오전 7시 이전 방문 시 사람이 적어 사진 촬영에 유리합니다.
- 분수 아래로 직접 내려가 물을 만질 수 있으며, 실제로 시원합니다.
- 주변 카페나 식당에서 간단히 피자를 먹으며 쉬어가기 좋습니다.
- 인근에 판테온(Pantheon), 나보나 광장(Piazza Navona) 등 도보 이동 가능한 유적지가 밀집해 있습니다.
패스트트랙 티켓, 사기 아닙니다만 준비는 필요합니다
콜로세움 방문 전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패스트트랙(Fast Track) 티켓 살 필요 있나요?"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구매하면 바로 입장인 줄 알았거든요.
패스트트랙이란 일반 대기 줄을 생략하고 별도 입구로 빠르게 입장할 수 있는 우선 입장권을 말합니다. 로마 콜로세움의 경우 일반 줄은 성수기 기준 1~2시간 이상 대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문제는 온라인으로 패스트트랙 티켓을 구매했더라도, 현장에서 실물 티켓으로 교환해야 입장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교환 장소가 콜로세움에서 약 1.2km 떨어진 별도 지점인 경우도 있어, 왕복 30분 이상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예약 시간이 이미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이 사실을 현장에서 처음 알게 되면 꽤 당황스럽습니다. 다행히 교환처에서 시간을 바꿔줘서 여유가 생겼지만, 처음부터 알고 갔다면 훨씬 수월했을 것입니다.
콜로세움 티켓은 보통 통합 입장권(Combined Ticket) 형태로 발권됩니다. 통합 입장권이란 콜로세움 단독이 아니라 포로 로마노(Foro Romano)와 팔라티노 언덕(Palatino Hill) 입장이 함께 포함된 묶음 티켓을 의미합니다. 세 곳을 각각 따로 예약할 필요가 없으니 동선을 짤 때 이 점을 활용하면 좋습니다. 콜로세움 예약 및 티켓 정보는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콜로세움 공식 사이트).
콜로세움 내부, 기대와 현실 사이
로마 하면 콜로세움(Colosseum)이라는 공식이 있습니다. 저도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곳이었습니다. 밖에서 봤을 때의 사이즈는 정말 압도적이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컸고, "옛날 사람들이 이걸 어떻게 지었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정도였습니다.
콜로세움은 8만 명을 수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로마 제국 시대에는 검투사(Gladiator) 경기, 맹수와의 대결, 심지어 경기장에 물을 채워 재현한 해전인 나우마키아(Naumachia)도 열렸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나우마키아란 고대 로마에서 실제 전투를 모방해 경기장을 수조로 만들고 배를 띄워 해상 전투를 연출하던 대형 공연을 뜻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내부에 들어갔을 때는 기대만큼의 감동이 오지 않았습니다. 외부의 압도적인 규모에 비해 내부는 안전 보강을 위한 복원 흔적이 눈에 많이 띄었고, 조금 조잡해 보이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이건 저만 느낀 게 아니라 같이 다닌 일행도 비슷한 반응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콜로세움은 밖에서 한 바퀴 천천히 돌며 보는 게 훨씬 인상적이었습니다. 내부보다 오히려 포로 로마노 쪽이 더 감흥이 컸습니다. 포로 로마노란 고대 로마 시대 정치·종교·상업의 중심지였던 광장 및 건물군으로, 현재는 유적지 형태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기둥들이 넓게 펼쳐진 그 광경은 원래 건물이 온전히 서 있었다면 얼마나 대단했을지 상상하게 만들었습니다.
로마 유적지를 방문할 때 아는 사람들이 꼭 챙기는 팁이 하나 있습니다. 로마 곳곳에는 나소니(Nasoni)라는 무료 식수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고대 수도교(Aqueduct) 시스템에서 이어진 것입니다. 수도교란 고대 로마가 먼 곳에서 도심으로 물을 끌어오기 위해 건설한 대형 수로 시스템으로, 로마의 도시 인프라를 상징하는 기술이기도 합니다. 빈 페트병 하나만 챙기면 식수를 따로 구매할 필요가 없으니, 저처럼 페트병을 일찍 버리는 실수는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로마는 조금만 걸어도 유적지가 나오는 도시입니다. 도시 자체가 박물관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닙니다. 콜로세움 내부 입장이 기대에 못 미쳤더라도, 그 주변을 걷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꽉 찹니다. 트레비 분수에서의 그 짧은 행복감과 패스트트랙 티켓으로 겪은 소소한 당황, 포로 로마노에서 느낀 예상 밖의 감동까지. 로마는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결국 잘 됩니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저는 콜로세움 지하 구역인 하이포게움(Hypogeum) 투어를 먼저 예약할 생각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bmP1mtADbOw&list=PLD7Ss_NVlYEn8XdHAFaQOLicDmhFzXqaY&index=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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