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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오타루는 기대를 너무 많이 했나 싶었습니다. '러브레터'의 그 도시, 영화 속 설경이 실제로 펼쳐질 리 없다고 반쯤 마음을 낮췄거든요. 그런데 미나미 오타루역 개찰구를 빠져나오는 순간, 제가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낡은 벽돌 건물 사이로 흘러들어 오는 차가운 공기,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바다. 오타루는 기대 그 이상이었습니다.

삿포로에서 오타루까지, 기차 좌석 하나가 여행을 바꿉니다
오타루 여행을 준비하면서 의외로 놓치는 사람이 많은 게 있습니다. 바로 기차 좌석 위치입니다. 삿포로역에서 JR 쾌속 에어포트나 로컬 기차를 타면 약 30~40분이면 오타루에 닿습니다. 여기서 JR 로컬 기차란 쾌속 열차와 달리 각 역을 모두 정차하는 완행 열차를 말하는데, 시간은 조금 더 걸리지만 차창 밖 풍경을 천천히 감상하기에 훨씬 좋습니다.
삿포로에서 오타루 방면으로 갈 때는 진행 방향 기준 우측 좌석을 반드시 잡으십시오.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구간에서 차창 오른편으로 이시카리만(石狩湾)이 탁 트이게 펼쳐집니다. 제가 직접 앉아봤는데, 파도 소리도 없는데 파도가 보이는 그 고요함이 오타루 여행의 첫 설렘이 되더라고요. 돌아올 때는 반대로 좌측이 명당입니다.
동선도 중요합니다. 오타루의 주요 관광지는 미나미 오타루(南小樽)역과 오타루역 사이에 몰려 있습니다. 삿포로 기준으로 오타루역이 더 멀기 때문에, 미나미 오타루에서 내려 관광지를 돌고 오타루역에서 기차를 타는 방향이 좌석 확보에도 유리하고 동선도 자연스럽습니다. 저도 처음엔 오타루역에서 내렸다가 괜히 역방향으로 걸어야 했던 기억이 있어서, 다음 방문 때는 바로 미나미 오타루에서 출발했더니 훨씬 편했습니다.
오타루 여행에서 참고할 교통 및 동선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삿포로 → 오타루: 기차 우측 창가 자리가 바다 뷰 명당
- 오타루 → 삿포로 귀환 시: 기차 좌측 창가 자리로 이동
- 하차역: 미나미 오타루역에서 내려 오타루역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 최적 동선
- 오타루역 근처 삼각시장은 오후 5시 폐장이므로 일정 앞쪽에 배치
오타루 관광청 공식 안내에 따르면 오타루 시내 중심부는 도보 관광이 가능한 콤팩트 시티(compact city)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콤팩트 시티란 주요 시설과 관광 명소를 걷기 좋은 거리 안에 집약시킨 도시 설계 방식을 뜻하는데, 실제로 미나미 오타루에서 운하까지 천천히 걸어도 40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출처: 오타루시 관광진흥실).
감성 충전부터 입 호강까지, 오타루에서 놓치면 후회하는 것들
사카이마치(堺町) 거리는 오타루 관광의 척추라고 봐도 됩니다. 19세기 후반 메이지 시대에 지어진 석조 창고 건물들이 지금은 카페, 기념품샵, 식당으로 변신해 줄지어 있는데, 외벽을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서 마치 야외 건축 박물관을 걷는 기분입니다. 메이지 시대 건축이란 1868년부터 1912년 사이 서양 근대 건축 양식이 일본에 유입되던 시기에 지어진 벽돌 석조 구조물을 말합니다. 이 거리가 각종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가 된 것도 그냥 생긴 분위기가 아니라 역사가 켜켜이 쌓인 진짜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리 초입에 위치한 오르골당은 100년이 넘은 서양식 석조 건물 안에 약 25,000점의 오르골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오르골에 별다른 추억이 없는데도 그 영롱한 소리를 들으니 괜히 뭔가 그리워지더라고요. 저도 결국 지갑을 열 뻔했다가 마그넷으로 타협했습니다.
지자케(地酒) 양조장인 다나카 주조 킷코 브라이도 꼭 들러보시길 권합니다. 지자케란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재료로만 소량 빚어내는 지역 전통 술을 뜻합니다. 1899년 개업 이래 홋카이도산 원료만을 고집해 소량 생산하기 때문에 오타루 밖에서는 구하기 어렵습니다. 실제 양조 과정을 유리 너머로 관람할 수 있고 무료 시음도 가능해서, 사케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곳만큼 값진 기념품 코스도 없습니다. 제가 직접 시음해봤는데 같은 지역 술이라도 쌀 품종과 발효 방식에 따라 맛 차이가 제법 나서 한두 잔으로 끝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운하 야경은 오타루 여행의 마침표라고 부를 만합니다. 석조 창고를 배경으로 가스등(gas灯)이 켜지는 저녁 무렵, 수면에 흔들리는 불빛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어떤 필터로도 보정이 필요 없습니다. 가스등이란 전기 대신 가스 연소를 이용하는 구식 조명으로, 현대 LED 조명보다 훨씬 따뜻하고 불규칙한 빛을 냅니다. 운하 위에서 사진만 찍고 끝내는 분들이 많은데, 아래 산책로로 내려가서 직접 걸어보시는 것이 진짜 오타루를 느끼는 방법입니다.
덴구야마(天狗山) 전망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로프웨이(ropeway)를 타고 올라가면 오타루 시가지와 항구, 그리고 이시카리만이 한 프레임에 담깁니다. 로프웨이란 와이어 케이블에 매달린 곤돌라로 급경사 지형을 이동하는 교통수단을 말하는데, 오타루역에서 버스로 20분 거리라 생각보다 접근이 어렵지 않습니다. 홋카이도 관광진흥기구에 따르면 덴구야마는 겨울 시즌 스키 슬로프와 야경 명소로 동시에 운영되는 복합 관광지로 분류되어 있습니다(출처: 홋카이도 관광진흥기구).
오타루 숙박을 고려한다면 온천 료칸도 진지하게 검토해 보십시오. 가이세키(懐石) 요리란 제철 식재료를 소량씩 여러 코스로 정성스럽게 내는 일본 전통 코스 요리입니다. 제가 직접 투숙한 쿠라무레는 다다미 객실에 현대적인 욕실이 결합된 구조라 불편함 없이 료칸의 정취를 즐길 수 있었고, 대욕장 노천탕은 새벽에 찾아갔을 때 사람이 없어 완전히 전세를 냈습니다. 그 밤의 고요함은 삿포로 당일치기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오타루가 당일치기로 충분하다는 말도 틀리지는 않습니다. 주요 명소가 반경 2km 이내에 모여 있으니까요. 다만 오타루 특유의 느린 호흡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하루를 더 내는 것이 아까운 선택이 아닙니다. 특히 운하 유등 축제(雪あかりの路) 기간에 방문한다면, 운하 주변에 수백 개의 촛불이 켜지는 그 풍경만으로 왕복 기차표 값이 아깝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오타루는 한 번 와보면 다음 계절에도 다시 오고 싶어지는 곳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7pn_HHrGDA&list=PLZFrmIhUHXj-OqcXav0iGntoUtJIsu5cx&index=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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