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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에서 하루 비워두고 어디 갈지 고민해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딱 그 상황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세고비아는 그 하루를 쓰기에 아까울 것 하나 없는 도시였습니다. 2,000년 된 돌다리가 멀쩡히 서 있고, 새끼 돼지를 통째로 구워내는 식당이 줄을 서 있고, 디즈니 성의 실제 모델이 언덕 끝에 있는 곳, 이게 세고비아입니다.

버스냐 기차냐, 이것부터 정하고 가세요
세고비아 가는 방법을 검색하면 기차가 빠르니까 기차를 타라는 말이 많습니다. 기차를 추천하는 분들 말도 틀리지 않습니다. 아반트(Avant) 고속열차를 타면 마드리드에서 세고비아까지 30분이면 도착하니까요. 아반트란 스페인 국영철도 렌페(Renfe)가 운행하는 중거리 고속철로, 일반 광역철도보다 빠르고 AVE 고속철보다 저렴한 구간을 담당합니다.
그런데 저는 몽클로아(Moncloa) 버스터미널에서 아반자(Avanza) 버스를 탔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버스가 세고비아 중심지까지 바로 들어가거든요. 기차역인 세고비아 기하역(Segovia Guiomar)은 시내에서 꽤 떨어져 있어서 내린 다음 11번 버스로 다시 갈아타야 합니다. 환승이 귀찮은 분, 짐이 있는 분, 또는 예산을 좀 더 아끼고 싶은 분이라면 버스도 충분히 좋은 선택입니다.
한 가지 중요한 팁을 드리자면, 주말에는 반드시 미리 예약해야 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봤는데, 당일 현장 발권을 시도했더니 그날 표는 이미 없고 다음 날 것만 남아 있었습니다. 오미오(Omio) 같은 앱으로 예약하면 수수료가 조금 붙긴 하지만, 표 없이 발을 동동 구르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이동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기차(아반트): 소요시간 약 30분, 빠르지만 시내까지 버스 환승 필요
- 버스(아반자): 소요시간 약 1시간 20~30분, 세고비아 중심부까지 직행
- 렌터카: 이동 자유도 최고, 주차 공간 확인 필요
1세기에 만든 수도교, 직접 보면 말이 안 나옵니다
수도교(Acueducto de Segovia)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저는 멀리서부터 그 실루엣이 보이는 순간 괜히 발걸음이 빨라졌습니다. 수도교란 고대 로마 시대에 멀리 있는 수원지에서 도시까지 물을 끌어오기 위해 건설한 수리 시설물로, 지형의 고저차를 이용해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설계한 토목 구조물입니다.
세고비아의 수도교는 기원후 1세기경에 건설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세고비아 북쪽 산에서부터 무려 17km를 연결했고, 접착제나 시멘트 없이 화강암 돌블록만을 맞물려 쌓아 올린 구조입니다. 단순히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원리 하나로 이 구조물이 완성됐다고 생각하면 지금도 놀랍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게 1973년까지 실제로 사용됐다는 사실입니다. 2,000년 가까이 제 역할을 해온 겁니다.
세고비아 수도교는 순수하게 돌만 쌓아 만든 수도교 중 전 세계에서 가장 원형 보존 상태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으며, 1985년 세고비아 구시가지 전체와 함께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출처: UNESCO 세계유산 목록).
광장 아래로 내려가 아치 구조 정면에서 올려다보는 뷰가 압도적입니다. 아치형 구조가 겹겹이 이어지는 장면은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그림이 됩니다. 수도교 위쪽 골목으로 올라가면 또 다른 시점이 나오는데, 저는 거기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코치니요 아사도, 세고비아에서 안 먹으면 후회합니다
세고비아 하면 수도교와 알카사르가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코치니요 아사도(Cochinillo Asado)로도 유명한 도시입니다. 코치니요 아사도란 생후 3주 미만의 새끼 돼지를 통째로 화덕에 구워낸 스페인 전통 요리로, 카스티야 지방의 향토 음식입니다. 세고비아가 이 요리의 본고장으로 꼽힙니다.
제가 직접 먹어봤는데, 예상보다 훨씬 만족스러웠습니다. 껍질은 과자처럼 바삭하고 속살은 포크로 눌러도 흘러내릴 정도로 부드러웠습니다. 간이 잘 돼 있어서 별도의 소스 없이도 충분했고, 곁들여 나온 소스는 살짝 새콤한 식초 계열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발리에서 바비 굴링을 몇 번 먹어본 경험이 있는데, 속살 부드러움은 세고비아 코치니요가 한 수 위였습니다.
유명한 맛집들은 주말에 특히 붐비기 때문에 예약을 강력히 권합니다. 메뉴판 가격이 부담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이 요리 하나가 세고비아 방문의 이유가 될 수 있을 만큼 가치가 있습니다. 화덕에서 몇 시간 동안 정성으로 구워내는 조리 과정과 오직 이곳 본고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희소성을 생각한다면 지불한 금액 이상의 가치를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코치니요 아사도로 유명한 노포에서는 전통적으로 칼 대신 대리석 접시로 부드러운 돼지고기를 슥슥 썬 뒤, 그 접시를 바닥에 던져 깨뜨리는 액운타파 퍼포먼스를 선보입니다. 이 장면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주방이나 메인 홀 근처 좌석으로 요청해 보세요.
알카사르, 동화 속 성이 실제로 있다면 이런 모습입니다
세고비아를 하루에 다 돌아보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알카사르(Alcázar de Segovia)에서 석양을 보려고 일부러 1박을 선택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당일에 흐려서 석양은 못 봤지만, 알카사르 자체가 그 아쉬움을 다 채워줬습니다.
알카사르란 아랍어 알-카스르(Al-Qasr)에서 유래한 단어로, 왕궁 혹은 성채를 뜻합니다. 스페인에는 여러 알카사르가 있지만, 세고비아의 것이 외관의 독창성과 위치 면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 나오는 성의 모티브가 된 곳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뾰족한 첨탑들이 하늘로 솟아 있는 실루엣을 보면 그 말이 과장이 아님을 바로 느낍니다.
내부는 왕궁, 감옥, 군사학교로 번갈아 사용됐던 역사답게 공간마다 분위기가 다릅니다. 이슬람 무어 양식이 섞인 음각 장식이 곳곳에 남아 있었고, 스테인드글라스와 갑옷들이 전시된 전쟁 관련 공간도 흥미로웠습니다. 알카사르에 대한 기록은 12세기 초부터 존재하며, 중세 카스티야 왕국의 핵심 거점이었습니다(출처: Patronato del Alcázar de Segovia).
그리고 세고비아 대성당(Catedral de Segovia)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1577년 완공된 스페인 마지막 고딕 양식 대성당으로, 고딕 양식이란 12세기 프랑스에서 시작된 건축 양식으로 뾰족한 아치, 높은 천장, 스테인드글라스를 특징으로 하는 중세 유럽의 대표적 성당 건축 방식입니다. 내부 오르간 규모는 정말 압도적이었고, 종탑 투어로 190개 계단을 올라가면 수도교와 알카사르가 동시에 보이는 전망이 펼쳐집니다.
세고비아는 도시 전체가 언덕 위에 있습니다. 수도교에서 시작해 대성당을 거쳐 알카사르까지 걷다 보면 어느새 체력이 상당히 소모됩니다. 편한 신발은 협상의 여지가 없는 필수 조건입니다. 우산도 챙기세요. 저는 수도교에 정신을 빼앗겨서 우산을 완전히 잊었고, 비를 흠뻑 맞고 카페로 피신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세고비아는 그런 작은 돌발 상황쯤은 여행의 재미로 만들어버리는 도시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당일치기보다는 1박을 추천합니다. 알카사르 일몰은 저도 다음번엔 꼭 직접 확인해볼 생각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xs_VVCiVMKo&list=PLD7Ss_NVlYEk4EHCDiIi3WVR3FAII2Dqo&index=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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