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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마드리드를 과소평가했습니다. 바르셀로나를 먼저 다녀온 터라 "스페인은 가우디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굳어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마드리드 골목길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 편견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가우디 없이도, 아니 어쩌면 가우디가 없기 때문에 더 '유럽다운' 도시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드리드 왕궁 내부, 겉모습보다 속이 훨씬 더 화려합니다
처음 마드리드 왕궁(Palacio Real de Madrid)을 멀리서 봤을 때는 솔직히 "돌이 좀 촌스러운데?" 싶었습니다. 베르사유 궁전처럼 금빛이 번쩍이거나, 밀라노 두오모처럼 하얗게 빛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고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제가 틀렸다는 걸 바로 알았습니다.
마드리드 왕궁은 1755년 완공된 건물로, 정원을 제외한 건물 면적이 약 4만 평에 달합니다. 단일 왕궁 건물 기준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입니다. 현재 스페인 국왕의 공식 거처로 지정되어 있지만, 실제 거주는 마드리드 외곽의 사르수엘라 궁전에서 하고, 이곳은 국빈 만찬이나 외국 정상 접견 같은 공식 의전 행사에만 사용한다고 합니다.
내부로 들어가면 방마다 콘셉트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계단을 오를수록 천장이 점점 더 화려해졌는데, 그중에서도 프레스코화(Fresco)가 시선을 압도했습니다. 여기서 프레스코화란 젖은 회벽에 수용성 안료로 직접 그려 벽과 그림이 일체화된 기법을 말하는데, 마르크노 잉크가 수백 년이 지나도 색이 바래지 않는 게 특징입니다. 천장 전체를 캔버스처럼 쓴 그림들이 방마다 이어졌고, 어느 방에서는 중세 가구들이 원형 그대로 배치되어 있어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왕실 성당인 로얄 채플(Royal Chapel)도 놓치면 안 됩니다. 제가 직접 들어가 봤는데, 금박 장식(Gilding)이 천장부터 벽면까지 가득해 눈이 어지러울 정도였습니다. 여기서 금박 장식이란 얇게 펴낸 순금을 표면에 입혀 고급스러움을 극대화하는 장식 기법인데, 유럽 왕실 건축의 위세를 직접 실감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화려함의 정점은 만찬장이었습니다. "이런 데서 밥을 먹으면 어떤 기분일까" 하고 멍하니 서 있다가 뒤에서 오는 단체 관람객에게 치일 뻔했을 정도입니다.
마드리드 왕궁 방문 시 실전 체크리스트입니다.
- 공식 홈페이지에서 타임슬롯(Time Slot) 사전 예약 필수 — 현장 대기줄이 매우 깁니다
- 입장 시 보안 검색(Security Check)을 통과해야 하므로 실물 여권 지참
- 내부 사진 촬영 가능 구역과 불가 구역이 구분되어 있으니 안내 표지 확인
- 체력 소모가 크므로 방문 전 산 미겔 시장 같은 곳에서 간식을 먼저 챙기는 동선이 효율적
마드리드 관광 동선, 하루면 충분하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마드리드는 1박 2일이면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그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봅니다. 왕궁, 프라도 미술관, 솔 광장, 마요르 광장, 산 미겔 시장처럼 마드리드 시내 핵심 랜드마크(Landmark)만 보면 이틀 안에 충분히 소화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랜드마크란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적 명소로, 해당 도시의 역사·문화·정체성이 집약된 공간을 말합니다.
프라도 미술관(Museo Nacional del Prado)은 1819년 개관한 스페인 국립 미술관으로, 세계 3대 미술관으로 손꼽힙니다. 내부 촬영이 전면 금지되어 있어서 직접 영상으로 담지는 못했지만, 사전에 주요 소장품을 조사해 간 덕분에 벨라스케스, 고야, 엘 그레코 같은 거장들의 작품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무료 입장 시간인 오후 6시부터 8시 사이를 노렸는데, 예상보다 대기줄이 훨씬 길었습니다. 줄 끝이 안 보여서 포기하려다 결국 30분 넘게 서서 입장했습니다. 무료가 반드시 편한 건 아닙니다.
솔 광장(Puerta del Sol)에서는 스페인의 도로 거리를 측정하는 기준점인 제로 포인트(Kilómetro 0)를 찾아봤습니다. 제로 포인트란 해당 국가의 모든 국도 거리를 측정할 때 출발 기준이 되는 지점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광화문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생각보다 눈에 잘 띄지 않아서 한참 헤맸는데, 카를로스 3세 동상 근처 바닥에 새겨진 작은 표식이 전부였습니다. 줄 서서 사진 한 장 찍는 데 5분쯤 걸렸고, 그것만으로도 뭔가 인증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산 미겔 시장(Mercado de San Miguel)에서 먹물 빠에야(Paella negra)와 타파스(Tapas)를 맛봤습니다. 제가 직접 먹어봤는데, 먹물 빠에야는 해물 향이 강하기보다 바다 내음이 은은하게 퍼지는 맛이었습니다. 문어 타파스는 전날 저녁에 먹었던 것보다 훨씬 쫄깃해서 더 만족스러웠습니다. 가격이 조금 있는 편이지만, 다양한 스페인 전통 음식을 소량으로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광객에게는 최적의 미식 투어(Gastronomic Tour) 코스입니다.
소매치기도 실제로 신경 쓰였습니다. 솔 광장처럼 관광객이 밀집하는 곳에서는 길거리 공연에 시선을 빼앗기는 순간 가방 지퍼가 열리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합니다(출처: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저는 슬링백을 앞으로 메고 다녔는데, 이 방법이 꽤 효과적이었습니다.
스페인 관광청에 따르면 마드리드는 연간 1,000만 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하는 유럽 주요 도시 중 하나로, 특히 문화유산 관광 목적지로서의 인지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출처: 스페인 관광청 Turespaña).
그런데 마드리드의 진짜 매력을 다 보려면 시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마드리드에서 기차로 30분 거리인 톨레도(Toledo)와 1시간 거리인 세고비아(Segovia)는 중세 도시 경관이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된 근교 여행지입니다. 톨레도는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고, 세고비아는 로마 시대에 건설된 수로교(Aqueduct)가 도심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여기서 수로교란 고지대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아치형 구조물로 건설한 토목 시설물로, 세고비아의 것은 무려 2,000년 전에 지어진 것입니다. 이 근교 투어까지 포함하면 마드리드에서 최소 3박은 잡아야 제대로 된 여행이 됩니다.
마드리드 여행에서 마지막으로 꼭 챙겨야 할 것이 있다면 산 히네스(San Ginés)의 추러스입니다. 1894년에 문을 연 131년 된 가게인데, 진하고 걸쭉한 초콜릿 소스에 갓 튀긴 추러스를 찍어 먹는 맛은 "행복한 맛"이라는 표현 외에는 딱 맞는 말이 없었습니다. 단맛 없이 담백한 추러스가 달콤한 초콜릿과 만나는 조합은, 스페인 음식이 왜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지를 단번에 설명해줍니다.
마드리드는 처음엔 "바르셀로나 가다가 들르는 도시" 정도로 생각했는데, 막상 나오면서는 시간이 부족해서 아쉬웠습니다. 근교 톨레도와 세고비아까지 포함할 계획이 있다면 3박 4일 이상은 반드시 잡으시길 권합니다. 마드리드 자체가 목적지가 될 만한 도시라는 걸, 가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05Bij-hybtA&list=PLD7Ss_NVlYEk4EHCDiIi3WVR3FAII2Dqo&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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