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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이 도시 전체를 설명할 수 있을까요? 론다(Ronda)를 검색하면 온통 완벽한 구도의 다리 사진뿐입니다. 그 사진만 보고 론다를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협곡 아래까지 직접 내려가 보니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말라가에서 이른 아침 버스를 타고 2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론다는, 예쁜 사진 한 장으로는 절대 담기지 않는 무게가 있는 도시였습니다.

누에보 다리

42년의 공사와 감춰진 이면, 누에보 다리

론다의 상징인 누에보 다리(Puente Nuevo)는 약 42년간의 공사 기간을 거쳐 1793년에 완공된 석조 교량입니다. 스페인어로 '새로운 다리'라는 뜻인데, 이름이 무색하게 이미 230년이 넘은 구조물이죠. 길이는 66m, 최대 높이는 120m에 달하며, 절벽 위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연결하는 타호(Tajo) 협곡의 핵심 구조물입니다. 여기서 타호 협곡이란, 과달레빈 강이 수만 년에 걸쳐 석회암 지반을 깎아내어 만들어진 수직 협곡으로, 도시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지형적 특징입니다.

제가 직접 뷰포인트까지 내려가 봤는데, 정말이지 사진으로 보던 것과 규모감이 달랐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두세 배는 크다고 느꼈을 정도입니다. 협곡 아래서 올려다보면 다리가 하늘을 가로막고 있는데, 그 기둥의 두께가 압도적이어서 잠시 멍하니 서 있게 됩니다.

다만 협곡 탐방 중에 마주한 한 가지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다리 중심부에 위치한 공간은 과거 스페인 내전(Guerra Civil Española) 당시 감옥 및 포로수용소로 사용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 협곡 아래로 던져져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스페인 내전이란 1936년부터 1939년까지 이어진 공화파와 프랑코 독재 세력 간의 유혈 충돌로, 수십만 명의 사상자를 낸 20세기 스페인 최대의 비극입니다. 지금은 5유로짜리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는 관광 코스가 된 그 공간이, 저에게는 웃으며 통과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비극적 공간을 관광 상품으로 소비하는 것에 대해 불편하게 느끼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런 장소일수록 방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면하는 것이 더 무책임하니까요. 다만 입장할 때 조금 더 진지한 마음을 갖고 들어가는 것이 이 공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느꼈습니다.

박제가 된 전통, 론다 투우장의 복잡한 속사정

론다 투우장(Plaza de Toros de Ronda)은 1785년에 완공된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투우장 중 하나입니다. 입장료는 9유로이며, 오디오 가이드까지 포함하면 11유로입니다. 원형 경기장 안까지 들어갈 수 있고, 소들이 대기하던 공간, 도르래로 문을 열던 구조 등 내부를 꽤 자세히 둘러볼 수 있습니다.

내부 박물관에는 마타도르(Matador)의 의상과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마타도르란 투우 경기에서 최종적으로 황소를 상대하는 주역 투우사를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특히 '빛의 옷'이라 불리는 트라헤 데 루세스(Traje de Luces)가 인상적이었는데, 금·은사로 수놓아진 화려한 자수복으로 무게만 수 킬로그램에 달한다고 합니다. 제가 직접 전시관을 돌아봤는데, 이게 단순한 복장이 아니라 수백 시간의 수작업이 담긴 공예품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론다는 근대 투우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설적인 투우사 페드로 로메로(Pedro Romero)가 이곳 출신으로, 황소 5,000마리와 싸워 한 번도 부상을 입지 않았다는 기록이 전해집니다. 그래서 그를 현대 투우의 아버지라 부릅니다.

투우를 전통 문화로 보존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동물 복지 관점에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스페인 동물보호단체 AnimaNaturalis International의 조사에 따르면, 스페인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투우에 대한 반감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출처: AnimaNaturalis). 현재 론다 투우장에서는 매년 9월 페드로 로메로 축제(Feria de Pedro Romero) 기간에만 이벤트성 경기가 열리고, 나머지 기간은 박물관으로만 운영됩니다. 텅 빈 원형 경기장 한가운데 서 있으니 과거의 함성이 들리는 듯했지만, 동시에 그 모래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생각하면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론다 뷰포인트 완전 정복, 어디서 봐야 제대로 보이나

누에보 다리를 제대로 보려면 어디서 봐야 할까요. 다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론다 뷰포인트는 크게 세 구간으로 나뉩니다.

  • 다리 위 도로: 차량과 보행자가 함께 다니며 협곡 아래를 직접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접근이 가장 쉽습니다.
  • 협곡 아래 뷰포인트: 구불구불한 내리막길을 20분 정도 내려가야 합니다. 올라올 때 체력 소모가 상당하지만, 이곳에서 올려다보는 다리의 위용이 가장 압도적입니다.
  • 협곡 내부 탐방로(5유로):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매하면 다리 아래 협곡 안쪽 산책로까지 들어갈 수 있습니다. 카드 결제만 가능하니 현금만 챙겨 오시면 당황할 수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기준 중 하나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기준으로 보면, 론다의 자연 지형과 역사적 건조물의 조합은 그 자체로 특별한 경관을 구성합니다. OUV란 특정 지역이 국경을 초월하여 전 인류에게 중요하다고 인정되는 가치를 뜻하는 개념입니다. 론다가 아직 단독 유네스코 등재는 아니지만, 안달루시아 르네상스 도시들의 역사적 가치와 관련하여 스페인 문화부가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출처: 스페인 문화부).

제가 론다에서 직접 드론을 띄워 협곡 전체를 촬영해봤는데, 지상에서 보는 것과 공중에서 보는 뷰는 완전히 다른 장소처럼 느껴졌습니다. 협곡 깊이와 다리의 비율이 공중에서야 비로소 실감이 났습니다. 거의 매일 드론을 들고 다녔지만 띄울 기회를 잡지 못했다가 론다에서 처음 성공했는데, 이날을 위해 기다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론다는 정오 이후가 되면 단체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와 다리 주변이 혼잡해집니다. 이른 아침에 협곡 아래 뷰포인트를 먼저 보고, 오후에 여유롭게 구시가지를 걷는 순서를 추천합니다. 말라가에서 첫 버스를 타고 출발하면 오전 9시 전후로 론다에 닿을 수 있습니다.

론다는 풍경이 아름다운 도시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그 아름다움 뒤에 내전의 상처와 전통과 윤리 사이의 긴장이 함께 깔려 있다는 걸 알고 가면, 훨씬 입체적인 여행이 됩니다. 다리 위에서 셀카 한 장 찍고 떠나기엔 아까운 도시입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단체 관광객이 빠진 저녁 골목을 천천히 걸어보시길 권합니다. 그때야 비로소 론다가 자기 얼굴을 드러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pfBQyv79l0&list=PLD7Ss_NVlYEk4EHCDiIi3WVR3FAII2Dqo&index=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