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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여행 마지막 날에 일정을 꽉 채우는 스타일이 맞는지 아닌지 확신이 없었습니다. 짐도 챙겨야 하고, 체력도 바닥을 치는 시점이니까요. 그런데 비엔나 마지막 날, 결국 쇤브룬 궁전부터 중앙묘지, 뮤지컬 레베카, 프라터 대관람차까지 전부 다 돌아버렸습니다. 후회는 없었지만, 이걸 모두에게 권할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쇤브룬 궁전

쇤브룬 궁전, 베르사유를 따라 지었다는 말이 사실일까

비엔나 패스(Vienna City Card)를 들고 쇤브룬 궁전에 들어섰습니다. 비엔나 패스란 대중교통 무제한 탑승과 주요 관광지 입장권이 묶인 통합 패스로, 잘 활용하면 개별 구매 대비 상당한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저는 이걸 챙겨갔는데, 막상 현장에서 도장을 받는 절차가 따로 있다는 걸 몰라서 한참을 헤맸습니다. 공부를 안 하면 다리가 튼튼해진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쇤브룬 궁전은 합스부르크 왕조(Habsburg dynasty)가 프랑스 부르봉 왕조의 베르사유 궁전에 대항해 건립한 바로크 양식의 여름 별궁입니다. 바로크 양식이란 17~18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건축 양식으로, 웅장한 규모와 화려한 장식, 좌우 대칭 구조가 특징입니다. 직접 보니 정면 파사드의 노란빛 외벽과 끝없이 이어지는 기하학적 정원 구조가 베르사유와 닮았다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습니다. 다만 화려함의 밀도만큼은 베르사유 쪽이 한 수 위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판단이고, 쇤브룬이 더 단아하고 인간적인 규모라 좋다는 분들도 분명 있습니다.

저를 가장 끌어당긴 건 내부 관람이었습니다. 엘리자베트(Elisabeth) 황후, 흔히 시시(Sisi)라고 불리는 그녀가 실제로 거주했던 침실과 응접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순간은 솔직히 예상보다 훨씬 뭉클했습니다. 글로리에테(Gloriette)까지 올라가 내려다본 궁전 전경은 그 자체로 한 장의 엽서였고요.

쇤브룬 궁전 관람 시 참고할 핵심 포인트:

  • 비엔나 패스 소지자는 그랜드 투어(Grand Tour, 40개 방 관람 코스)로 입장 가능하지만, 현장에서 별도 도장 수령 절차가 있으므로 반드시 안내 데스크를 먼저 확인한다.
  • 내부 관람 시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기본 제공된다.
  • 오랑제리(Orangery)는 비엔나 패스로 입장 가능하지만 내부가 비어있는 경우가 많으니 기대치를 낮추는 편이 현실적이다.
  • 글로리에테까지는 트램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올라갈 수 있으며, 상단에 노천 카페가 운영 중이다.

비엔나 중앙묘지, 음악사 교과서가 한 곳에

오후에는 트램을 타고 비엔나 중앙묘지(Zentralfriedhof)로 향했습니다. 묘지라는 단어 때문에 으스스한 분위기를 떠올릴 수 있는데, 실제로는 울창한 가로수와 넓은 잔디밭이 펼쳐진 공원에 가까웠습니다. 면적이 워낙 넓어서 방향을 잡지 않고 들어가면 길을 잃기 딱 좋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습니다. 입구에서 직원에게 베토벤 묘 위치를 물었더니, 친절하게 방향을 잡아줬는데 그게 아니었다면 한참 더 헤맸을 겁니다.

음악가 구역은 32A 구역(Gruppe 32A)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곳에는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 요한 브람스(Johannes Brahms), 요한 슈트라우스(Johann Strauss)의 묘가 나란히 모여 있습니다. 제가 클래식 전공자도 아니고 음악 팬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인데, 묘비 앞에 섰을 때 느낀 경외심은 꽤 진지했습니다. 특히 베토벤 묘 앞에 꽃이 가장 많이 쌓여있던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수백 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사실이 음악이라는 장르의 힘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비엔나 중앙묘지는 1874년에 개장한 이래 약 330만 명이 안장된 세계 최대 규모 묘지 중 하나입니다(출처: 비엔나 관광청). 음악가 구역 외에도 역대 오스트리아 대통령 묘역 등이 조성되어 있어, 오스트리아 역사 전반을 한 공간에서 체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 관광지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뮤지컬 레베카와 프라터 대관람차, 밤의 비엔나

저녁에는 뮤지컬 레베카(Rebecca)를 관람했습니다. 티켓은 출발 전날 밤 홈페이지에서 직접 예매했는데, 제 자리는 20유로였고 옆자리는 119유로였습니다. 좌석 등급 차이가 이렇게까지 날 줄은 몰랐습니다. 시야가 살짝 제한되는 자리였지만, 음악은 어디서든 들리니까 크게 불만은 없었습니다.

레베카는 다프네 듀 모리에(Daphne du Maurier)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로, 오스트리아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가 음악을 담당했습니다. 오리지널 프로덕션이란 해당 작품이 처음 만들어진 제작팀의 원형 버전을 의미하는데, 비엔나에서 오리지널 프로덕션으로 보는 경험은 내용을 이미 알고 있어도 완전히 다른 차원입니다. 배우들의 성량과 무대 규모가 압도적이었고, 언어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도 감정선은 충분히 따라갔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프라터(Prater) 놀이공원으로 이동했습니다. 1897년에 제작된 대관람차 리젠라트(Riesenrad)에 탑승했는데, 내부가 컨테이너형 박스 구조라 처음에는 당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비엔나 패스로 탑승이 가능해서 추가 비용 없이 이용했고, 천천히 올라가는 대관람차 위에서 바라본 비엔나 야경은 여행 전체를 돌아보기에 딱 맞는 배경이 되어줬습니다.

참고로 유네스코(UNESCO)는 비엔나 역사지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바 있으며, 이 도시가 음악과 건축, 예술 분야에서 인류사적으로 갖는 보편적 가치를 공식 인정하고 있습니다(출처: UNESCO 세계유산 목록).

마지막 날을 꽉 채우는 일정이 좋은가에 대해서는 솔직히 두 의견이 모두 맞습니다. 체력과 귀국 준비 상태, 비행 시간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날 일정이 아직도 가장 기억에 남지만, 그건 운 좋게 체력이 버텨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공항 이동 시간, 택스 리펀(Tax Refund) 절차까지 고려한다면 일정 하나는 여유 있게 비워두는 쪽이 현실적으로 낫습니다. 다음에 비엔나를 다시 간다면, 마지막 날 오후만큼은 카페에서 멜랑쥬(Melange, 오스트리아식 밀크커피)를 마시며 보내고 싶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uG4RNlYW4U&list=PLD7Ss_NVlYEn8XdHAFaQOLicDmhFzXqaY&index=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