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부다페스트에 대한 기대를 지나치게 키웠습니다. "동유럽은 무조건 싸다"는 말만 믿고 헝가리 포린트(HUF) 환전도 최소한만 했거든요. 실제로 도착해서 겪어보니 예상과 다른 부분도 꽤 있었습니다. 대중교통부터 미용실까지, 제가 직접 부딪혀 알게 된 것들을 정리해봤습니다.

뉴가티 맥도날드

헝가리 대중교통, 막상 써보니 어떨까요?

부다페스트 켈레티(Keleti) 역에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교통권 확보입니다. 저는 역 내 키오스크에서 종이 티켓을 10장 단위로 구매했는데, 이 티켓이 조금 까다롭습니다. 헝가리 대중교통의 환승 체계는 1회권 티켓 한 장으로 환승이 되지 않는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지하철에서 트램으로 갈아탈 때 티켓을 두 장 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사실을 모르고 탔다가는 검표원한테 걸릴 수 있으니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부다페스트 대중교통을 운영하는 BKK(Budapesti Közlekedési Központ), 즉 부다페스트 교통 센터에서는 모바일 앱 'BudapestGO'를 통해 티켓 구매와 실시간 노선 확인 서비스를 함께 제공합니다. 여기서 BKK란 서울의 서울교통공사와 비슷한 개념으로, 지하철·트램·버스·노면전차 등 부다페스트 시내 대중교통 전체를 통합 운영하는 기관입니다. 앱 하나로 트램과 버스 노선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스마트폰에 미리 깔아 두시는 게 훨씬 낫습니다(출처: BKK 공식 사이트).

트램을 타고 숙소 방향으로 가다가 저도 한 번 반대 방향을 탈 뻔했습니다. 플랫폼에서 트램 번호와 진행 방향을 동시에 확인해야 하는데, 처음에는 이게 익숙하지 않아서 좀 헷갈렸거든요. 결국 내려서 다시 탔지만, 덕분에 다리 위에서 우연히 도나우(Duna) 강 석양을 바라보는 행운도 얻었습니다. 준비가 덜 됐다 싶을 때 오히려 좋은 걸 만나는 게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더라고요.

교통권 관련해서 제가 직접 경험하며 정리한 핵심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1회권(Single ticket)은 환승 불가. 환승할 때마다 새 티켓 필요
  • 24시간권(24-hour travelcard)은 무제한 환승 가능하여 하루 많이 이동한다면 훨씬 유리
  • 검표(티켓 유효성 확인)는 탑승 직후 단말기에 직접 찍어야 하며, 찍지 않으면 무효 처리
  • 카드 결제는 키오스크에서 가능하지만 일부 구형 기계는 현금만 받는 경우도 있음

숙소는 방 하나짜리가 아니라 집 전체를 빌리는 형태였는데, 침대, 주방, 세탁기, 심지어 베란다까지 갖춰져 있었습니다. 7박을 예약한 이유 중 하나가 밀린 편집 작업도 하면서 여행도 하는 거였는데, 이 정도 공간이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날드, 그리고 미용실 도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패스트푸드점"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부다페스트 뉴가티(Nyugati) 역 안에 있는 맥도날드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솔직히 저는 처음에 과장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들어가 보니 그 말이 허풍이 아니었습니다.

뉴가티 역 자체가 고딕 리바이벌(Gothic Revival) 양식으로 지어진 19세기 건축물입니다. 고딕 리바이벌이란 중세 고딕 건축의 뾰족한 아치, 높은 천장, 세밀한 장식을 근현대에 재해석한 건축 양식으로, 영국 웨스트민스터 궁전이나 헝가리 국회의사당도 이 양식을 따릅니다. 맥도날드가 들어선 공간은 과거 역의 귀빈 대기실이었는데, 천장까지 뻗은 아치형 창문과 섬세한 조각 장식이 그대로 남아 있어 햄버거를 먹으면서도 눈이 바빴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그 역사적 맥락이었습니다. 이 공간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Austro-Hungarian Empire) 시절 황실 가족의 대기 공간으로 쓰였다는 사실을 현지에서 알게 됐는데, 특히 뮤지컬로도 잘 알려진 엘리자베트(Elisabeth) 황후가 기차를 기다리며 머물던 곳이라는 설명을 들었을 때는 장소 자체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예쁜 맥도날드가 아니라 제국의 흔적이 남은 공간이라는 사실이 더해지니까요. 새로운 사실 하나가 공간의 온도를 완전히 바꾸는 경험이었습니다.

뉴가티 역은 1877년 프랑스 건축회사 에펠(Gustave Eiffel)의 설계 사무소가 철골 구조 설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헝가리 문화재청이 역사 보존 건축물로 관리 중입니다(출처: 헝가리 관광청).

미용실 도전도 빼놓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밀라노부터 스위스, 잘츠부르크를 거치는 동안 제대로 된 헤어컷을 받을 기회가 없었거든요. 부다페스트 물가가 서유럽보다는 저렴하다기에 용기를 냈습니다. 결과는 대체로 만족스러웠지만, 솔직히 한쪽이 살짝 짝짝이가 됐습니다. 말이 완전히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원하는 스타일을 전달하는 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가격은 약 2만 원 수준으로, 서유럽 미용실 대비 절반 이하였습니다.

참고로 부다페스트 물가는 "동유럽이니까 무조건 싸다"는 기대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식비와 일부 서비스업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싼 항목도 있었고, 관광지 인근 식당 가격은 서유럽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부다페스트에서 며칠을 보내면서 이 도시가 단순히 "야경 예쁜 곳"이라는 수식어로는 다 담기지 않는다는 걸 느꼈습니다. 트램을 잘못 탔다가 다리 위에서 석양을 본 것도, 맥도날드에서 황후의 흔적을 만난 것도, 다 계획 없이 얻어걸린 경험들입니다. 부다페스트를 처음 방문하신다면 야경 명소는 배티아니 광장(Batthyány tér)에서 국회의사당을 바라보는 뷰를 첫 번째로 꼽고 싶습니다. 완벽한 계획보다 조금 여유를 두고, 트램 한 정거장 정도 더 걸어볼 마음을 챙겨 오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yw9pDXHI_e4&list=PLD7Ss_NVlYEn8XdHAFaQOLicDmhFzXqaY&index=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