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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밀라노에 도착했을 때 저는 여행 중반의 피로를 핑계로 숙소에서 편집이나 하다가 다음 목적지인 스위스로 넘어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두오모 광장에 발을 들인 순간, 그 계획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압도라는 단어가 실체를 갖는 공간이 있다면 바로 이곳이었습니다.

3,000개의 조각상이 말해주는 것들
밀라노 대성당의 공식 명칭은 두오모 디 밀라노(Duomo di Milano)입니다. 여기서 두오모(Duomo)란 이탈리아어로 대성당을 뜻하며, 라틴어 도무스(Domus, '하느님의 집')에서 파생된 단어입니다. 그러니까 밀라노 두오모는 그냥 '밀라노 대성당'이라고 부르면 됩니다.
제가 직접 광장에 들어서는 순간, 첫 반응은 그냥 멈추는 것이었습니다. 카메라를 들 생각도 못 하고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파사드(Façade), 즉 성당 정면부의 수직적 구성이 워낙 압도적이라 전체를 한 화면에 담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이 성당의 건축 양식은 고딕(Gothic) 양식입니다. 고딕 양식이란 12세기 프랑스에서 시작된 건축 스타일로, 첨두 아치와 날카로운 첨탑, 그리고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수직적 구조가 핵심입니다. 밀라노 두오모는 이 고딕 건축의 특성을 극한까지 밀어붙인 사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논의에서도 유럽 고딕 건축의 정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출처: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성당 외관을 덮고 있는 조각상은 무려 3,159개로 공식 집계되어 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 조각상들이 단 하나도 같은 형태가 없다는 점입니다. 제가 루프탑에서 가까이서 하나씩 들여다봤는데, 같은 성인(聖人) 조각이라도 표정, 손 위치, 옷 주름 방향이 전부 달랐습니다. 수백 년에 걸쳐 수많은 조각가들이 저마다의 해석으로 완성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이 실감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성당 건축에 사용된 주재료는 칸도글리아 대리석(Candoglia marble)입니다. 이탈리아 북부 오솔라 계곡에서 채굴되는 이 분홍빛 흰 대리석은 광선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특성이 있어, 시간대마다 성당의 인상이 완전히 바뀝니다. 제가 오후에 방문했을 때와 루프탑에서 내려올 무렵의 빛깔이 눈에 띄게 달랐습니다.
건축 기간도 흥미롭습니다. 1386년 착공해 완전히 마무리된 건 1965년으로, 무려 579년이 걸렸습니다(출처: 밀라노 두오모 공식 사이트). 나폴레옹이 이탈리아 원정 당시 완공을 독촉했다는 기록도 있을 만큼 긴 역사를 품고 있는 건물입니다.
루프탑에 올라가기 전, 내부도 충분히 둘러봤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Stained glass) 창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스테인드글라스란 색유리를 이어 붙여 만든 채광 예술로 고딕 성당에서 빛을 신성하게 표현하는 대표적인 수단입니다. 성당 내부에는 중앙 신도석인 네이브(Nave)를 따라 이 창들이 줄지어 있어, 낮 시간에는 바닥까지 색색의 빛이 내려앉습니다. 잠깐 벤치에 앉아 그 빛을 받으며 있었는데, 뭔가 감사하다는 생각이 저도 모르게 들었습니다.
루프탑에서 확인한 것들, 그리고 실전 팁
루프탑 투어는 선택이 아닙니다. 제 경험상 이건 두오모 관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입니다. 아래에서 첨탑들을 올려다볼 때와 위에서 내려다볼 때의 감동은 완전히 다른 종류입니다.
계단으로 올라가는 방식을 택했는데, 달아서 반들반들해진 대리석 계단에서 이미 역사가 느껴졌습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첨탑들이 가까워지면서, 멀리서 봤을 때 작아 보이던 조각상들이 실제로는 어른 키를 훌쩍 넘는다는 걸 알게 됩니다. 디테일이 그 높이까지 살아 있다는 게 솔직히 이해가 안 될 정도였습니다.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ília)도 올라가봤지만, 솔직히 첨탑이 좁아서 감동이 좀 희석된 느낌이 있었습니다. 두오모 루프탑은 이동 공간이 넓고, 어느 방향을 봐도 첨탑과 조각상과 밀라노 시내가 동시에 들어오는 구도가 나옵니다. 개인적으로는 유럽에서 올라가본 성당 루프탑 중 가장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두오모 방문 전에 알아두면 좋은 핵심 정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티켓은 두오모 패스(Duomo Pass)로 현장 구매 가능하지만, 성수기에는 30~40분 대기가 기본입니다. 공식 사이트에서 날짜·시간 지정 예매를 권장합니다.
- 루프탑은 계단(무료 포함 패스)과 엘리베이터(별도 요금) 두 가지 옵션이 있습니다. 체력에 자신 없다면 엘리베이터를 선택하되 추가 비용을 미리 확인하세요.
- 성당 내부 입장 시 어깨와 무릎이 드러나는 복장은 입장 제한 대상입니다. 얇은 겉옷이나 스카프를 챙겨가는 게 안전합니다.
- 두오모 광장은 소매치기 다발 지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방은 앞으로 메고, 모르는 사람이 접근하면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 입장료는 구성에 따라 다르지만, 루프탑+내부 포함 패스 기준 22유로 전후입니다. 저도 현장에서 22유로짜리를 끊었습니다.
밀라노는 이탈리아의 경제 수도답게 현대적인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이고, 저처럼 다음 여정을 위한 중간 경유지로 선택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두오모 하나만으로도 밀라노에 하루를 할애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루프탑에서 내려오면서 든 생각은 딱 하나였습니다. "안 왔으면 진짜 큰일 날 뻔했다."
밀라노에 가신다면 두오모는 일정 첫날에 넣으시길 권합니다. 도착하자마자 이 에너지를 먼저 받아두면 이후 여정 전체의 기준점이 됩니다. 579년짜리 건물이 주는 무게감은, 직접 서봐야 압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6B7zElLmsbg&list=PLD7Ss_NVlYEn8XdHAFaQOLicDmhFzXqaY&index=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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