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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런던 가기 전까지 물가가 비싸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으면서도, 막상 현지에서 영수증을 받아 들고서야 "아, 이게 진짜구나" 싶었습니다. 생수 한 병에 3천 원이 넘고, 식당 한 끼에 3만 원을 훌쩍 넘기는 도시. 그럼에도 요령을 알면 생각보다 버틸 수 있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밥 한 끼가 3만 원: 런던 외식 물가의 현실
처음 들어간 식당은 한식당이었습니다. 그런데 메뉴판에 한글이 하나도 없는 겁니다.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 아닌가 싶어 번역기를 켰는데, 제가 런던 한식당에서 번역기를 켜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새우딤섬에 간장 콕 찍어서 먹었는데, 맛은 분명히 훌륭했습니다. 그런데 계산서를 보니 워터(생수) 한 병이 2.25파운드였습니다. 1파운드를 한화 약 1,600원으로 환산하면 생수 한 병에 거의 3,600원이 나오는 셈입니다.
여기서 구매력 평가(PPP, Purchasing Power Parity)라는 개념을 잠깐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PPP란 각 나라의 물가 수준을 반영해 화폐의 실질적인 가치를 비교하는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같은 돈으로 각 나라에서 얼마나 살 수 있는가"를 나타냅니다. 영국의 PPP 기준 생활 물가는 한국보다 평균 40~50% 높은 수준으로 집계됩니다(출처: OECD). 숫자로 보면 당연한 얘기 같지만, 실제로 생수 값에서 그걸 체감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외식 물가가 이렇다 보니, 저는 자연스럽게 마트로 눈을 돌렸습니다. 숙소 근처 마트에 들어가 보니 확실히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돈가스용 고기 큰 것 4개에 4.6파운드, 스테이크 한 팩이 5.2파운드(약 8,300원)였습니다. 외식값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었습니다. 어디 관광지를 가는 것보다 마트를 구경하는 게 더 재밌다는 말이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단순한 농담이 아닙니다. 마트 안에서 현지인들이 무엇을 고르고, 어떤 걸 먹는지 보는 것 자체가 여행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주의할 점은 단위에 속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1파운드, 2파운드 하니 싸 보이는데, 곱하기 1,600을 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막상 계산해보면 생각보다 지출이 커져 있어서, 여행 막판에 예산이 바닥날 수 있습니다.
1파운드로 버티는 교통비: 컨택리스 결제와 데일리 캡
런던 지하철, 이른바 더 튜브(The Tube)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하철 중 하나입니다. 1863년에 개통된 이 노선은 160년이 넘은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일부 구간은 좁고 낡은 느낌을 숨기지 않습니다. 처음 타면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허름한 구간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오래된 지하철이 런던 구석구석을 연결하고 있어, 구글맵과 함께 쓰면 어디든 찾아가는 데 무리가 없었습니다.
제가 여행 중 예상치 못한 혜택을 받았던 게 트래블로그 카드였습니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어느 날부터 교통비가 계속 1파운드로 찍히는 겁니다. 프로모션인지 아닌지도 몰랐지만, 덕분에 교통비를 상당히 아낄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컨택리스 결제(Contactless Payment)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컨택리스란 카드나 스마트폰을 단말기에 가져다 대기만 해도 결제가 완료되는 비접촉 결제 방식입니다. 런던 교통 시스템은 이 방식이 완전히 정착되어 있어서, 별도의 오이스터 카드(Oyster Card)를 구매하지 않아도 트래블로그 같은 해외 체크카드로 바로 태그하면 됩니다.
또 하나 알아두면 유용한 개념이 데일리 캡(Daily Cap)입니다. 데일리 캡이란 하루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적용되는 최대 요금 한도를 말합니다. 이 한도를 초과하면 그 이후의 이용은 요금이 추가로 부과되지 않는 구조입니다. 런던 교통국(TfL)에 따르면 존(Zone) 구간에 따라 데일리 캡이 다르게 적용되며, 하루에 여러 번 지하철을 타는 일정이라면 동선을 몰아서 짜는 쪽이 훨씬 유리합니다(출처: Transport for London).
한 가지 불편했던 건 지하철 안에서 인터넷이 전혀 안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역 안에서는 와이파이가 되지만, 터널 구간에 들어서면 완전히 끊깁니다. 그래서 저는 탑승 전에 목적지까지의 노선과 플랫폼 번호를 미리 스크린샷으로 찍어두는 방법을 쓰게 됐습니다. 구글맵이 런던 지하철 환승까지 꽤 정확하게 안내해주기 때문에, 탑승 전에 확인만 잘 해두면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쇼핑은 유니클로로 수렴: 런던에서 바람막이 사기
런던 4월은 한국의 2월처럼 쌀쌀합니다. 벚꽃이 피어 있으면서 바람이 차다는 조합이 묘하게 낯설었는데, 저는 바람막이를 챙겨오지 않아서 현지에서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제 예산 원칙은 바람막이 한 벌에 최대 5만 원인데, 여행할 때마다 현지에서 이 원칙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게 됩니다.
웨스트필드(Westfield) 쇼핑몰에 들어가 노스페이스 매장을 먼저 봤습니다. 윈드스토퍼(Windstopper) 재킷이 딱 원하는 스타일이었는데 85파운드였습니다. 윈드스토퍼란 고어텍스 계열의 방풍 소재로, 바람을 차단하면서도 체온 조절이 가능한 아웃도어 기능성 소재입니다. 디자인은 완벽했지만 13만 원이 넘는 가격은 제 원칙을 두 배 이상 초과했습니다. 미련 없이 다음 매장으로 발을 옮겼습니다.
결국 유니클로로 들어갔습니다. 런던이든 도쿄든 방콕이든, 여행지 어디를 가도 유니클로는 있습니다. 일본 브랜드를 런던에서 사게 되는 상황이 살짝 묘했지만, 원하는 스타일에 가격도 39.9파운드로 딱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계산해보니 유로 결제 환산으로 결국 한화 약 6만 5천 원이 나왔습니다. 예산을 살짝 넘겼지만 이 정도면 런던에서 선방한 편이라고 스스로를 납득시켰습니다.
다음부터는 반드시 바람막이를 챙겨서 출발하겠다고 결심했는데, 이게 벌써 몇 번째 하는 결심인지 모르겠습니다.
런던 여행에서 정말 실감한 건, 외식 한 끼 아끼면 마트에서 이틀 치 식재료를 살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이었습니다. 물가가 비싼 도시일수록 어디에 돈을 쓰고 어디를 아낄지 판단이 빨라야 합니다. 교통은 컨택리스와 데일리 캡을 활용하고, 끼니는 마트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쇼핑은 출발 전에 미리 준비하는 것. 이 세 가지만 지켜도 런던에서 지갑이 텅 비는 속도를 분명히 늦출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Fph28ocvxvk&list=PLD7Ss_NVlYEn8XdHAFaQOLicDmhFzXqaY&index=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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