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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828m, 부르즈 할리파가 있는 두바이를 하루 만에 돌아봤습니다. 경유 일정이라 시간이 빠듯했는데, 막상 발을 내딛으니 하루가 아깝게 느껴질 만큼 볼거리가 촘촘한 도시였습니다. 피곤함보다 설렘이 앞서던 그날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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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히디 역사지구와 금시장, 두바이의 뿌리를 걷다

두바이 하면 마천루와 쇼핑몰만 떠올리기 쉬운데, 혹시 19세기 중동 아랍의 골목을 그대로 걸어볼 수 있다는 걸 알고 계셨습니까? 제가 처음 알파히디 역사지구(Al Fahidi Historical Neighbourhood)에 발을 들였을 때 느낀 감정이 딱 그랬습니다. 현대 두바이와는 전혀 다른 공기였습니다.

알파히디 역사지구는 두바이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주거 지역 중 하나로, 19세기 중반의 전통 건축 양식인 바라스티(Barasti)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남아 있습니다. 바라스티란 야자수 잎과 흙을 활용해 짓는 아라비아 반도 전통 건축 방식으로, 자연 재료로 통풍과 단열을 동시에 해결한 지혜가 담긴 공법입니다. 콘크리트 일색인 현대 건물들 사이에서 이 골목만큼은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역사지구를 나온 뒤 아브라(Abra)를 타고 두바이 크리크(Dubai Creek)를 건넜습니다. 아브라란 두바이 크리크를 오가는 전통 목조 나룻배로, 현재도 운임이 1디르함(약 360원)에 불과한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의 발이 되는 교통수단입니다. 현대식 수상버스(Water Bus)가 병행 운항되고 있지만, 저는 경험 삼아 아브라를 탔는데 이게 정말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물 위에서 바라보는 역사지구 전경이 육지에서 볼 때보다 훨씬 넓고 아름다웠습니다.

크리크를 건너면 바로 금시장(Gold Souk)입니다. 규모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두바이 금시장에는 약 300개 이상의 점포가 밀집해 있으며, 연간 거래량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금 소매 시장 중 하나로 꼽힙니다(출처: Dubai Tourism). 저는 금 순도에 대해 궁금했는데, 실제로 확인해보니 이곳 상인들은 22K와 24K를 모두 취급하고 있었습니다. 24K란 금 함유량이 99.9%에 달하는 순금을 의미하고, 22K는 금 91.7%에 나머지 8.3%를 은이나 구리 등 다른 금속으로 섞어 내구성을 높인 합금입니다. 순금에 가까울수록 물러서 가공이 어렵기 때문에 정교한 세공 디자인은 오히려 22K에서 더 이쁜 색감이 나오기도 한다는 게 제 소견입니다.

828m 부르즈 할리파, 124층에서 두바이를 내려다보다

부르즈 할리파 전망대 티켓, 미리 예약하셨습니까? 저는 현장에서 살 뻔하다가 간신히 온라인으로 예매했는데, 시간대별로 요금이 다르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는 2010년 완공된 이후 현재까지 세계 최고층 건물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상 828m, 163층 규모입니다. 전망대 티켓은 크게 세 등급으로 나뉩니다.

  • At the Top(124·125층): 기본 전망대, 일반 시간대 기준 약 3745디르함(한화 약 1만 3,0001만 6,000원)
  • At the Top SKY(148층): 프리미엄 전망대, 기본 전망대 대비 약 3~4배 비싼 구간
  • 일몰 시간대 추가 요금: 오후 3시 이후부터 가격이 상승하며, 일몰 직전 슬롯은 특히 프리미엄이 붙습니다

저는 제일 저렴한 124·125층 옵션을 선택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 높이면 충분히 압도적일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올라가 보니 눈 아래 두바이 전체가 정교한 모형처럼 펼쳐지더군요. 사막과 바다, 그리고 그 사이 가득 들어찬 도심이 동시에 보이는 뷰는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오히려 올라가서 든 생각은 "저 건너편 건물에서 부르즈 할리파를 바라보면 어떨까"였는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꼭대기에서 정작 그 건물은 못 본다는 게 살짝 아이러니했습니다.

한편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높이 1,000m를 초과하는 킹덤 타워(Kingdom Tower)를 건설 중입니다. 완공되면 부르즈 할리파는 단숨에 2위로 밀려나게 됩니다. 인류의 초고층 건축 기술, 즉 슈퍼톨(Supertall) 구조물 개발 경쟁은 아직 현재 진행형입니다. 슈퍼톨이란 국제고층빌딩도시주거위원회(CTBUH)가 정의한 기준으로, 높이 300m 이상의 건축물을 의미합니다(출처: CTBUH).

두바이 몰 분수쇼, 하루의 마무리로 이것만큼은 꼭

두바이 몰(Dubai Mall) 앞 분수쇼를 마지막 일정으로 잡았는데, 여러분은 몇 시 타이밍을 노리실 생각이십니까? 저는 오후 6시 첫 회를 기다렸다가 약간 허탕을 치고 6시 30분부터 시작하는 걸 봤습니다.

두바이 파운틴(Dubai Fountain)은 세계 최대 규모의 음악 분수로, 두바이 몰과 부르즈 할리파 앞 Burj Lake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총 길이 275m, 최대 분사 높이 150m에 달하며, 6,600개 이상의 조명과 25개의 컬러 프로젝터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오후 6시부터 밤 11시까지 매 30분 간격으로 운영되며, 한 회당 약 5분간 진행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위치를 조금만 고민해도 감동이 배가 됩니다. 호수 바로 앞 난간에서 보면 분수가 머리 위로 쏟아지는 느낌이 나고, 조금 물러서면 부르즈 할리파와 분수가 한 프레임에 담깁니다. 저는 세 번 위치를 바꿔가며 봤는데, 계속 볼 수 있었다면 11시까지도 봤을 것 같습니다. 일정이 아쉬웠을 만큼 감동적이었습니다.

분수쇼 관람 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평일 오후 6시 첫 회는 인파가 적어 자리 잡기 편합니다
  • 두바이 몰 테라스 레스토랑을 예약하면 앉아서 식사하며 명당 관람이 가능합니다
  • 스마트폰으로 촬영 시 야간 모드보다 슬로 셔터 설정이 물줄기 궤적을 더 잘 담습니다

하루 만에 두바이의 전통, 현재, 야경을 모두 경험하고 싶다면 이 동선이 꽤 효율적입니다. 알파히디 역사지구에서 아침을 열고, 부르즈 할리파 전망대를 오후에 소화한 뒤, 분수쇼로 하루를 닫는 흐름은 이동 거리도 짧고 무엇보다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경유 시간이 넉넉하다면 패키지 투어보다 메트로와 아브라를 조합한 자유여행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두바이 지하철(Metro)은 레드 라인과 그린 라인 두 노선이 주요 관광지를 대부분 커버하고 있어, 놀(Nol) 카드 하나만 있으면 이동이 어렵지 않습니다. 놀 카드란 두바이의 대중교통 통합 선불 카드로, 메트로·버스·수상버스 모두 호환되는 교통 패스입니다. 카드 자체 비용은 6디르함이고, 그 위에 금액을 충전해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nZ731kbbXQ&list=PLD7Ss_NVlYEn8XdHAFaQOLicDmhFzXqaY&index=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