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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이 이렇게 잘 된 도시에서 왜 길을 헤맸을까요. 오클랜드에 도착한 첫날, 저는 버스 카드 하나 사겠다고 블록을 세 번이나 돌았습니다. 인구 146만 명의 뉴질랜드 최대 도시, 한때 이 나라의 수도였던 곳인데 정작 여행자에게 필요한 건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AT Hop 카드 하나로 오클랜드 시내를 꿰뚫다

오클랜드에 내려서 처음 한 일이 AT Hop 카드를 찾아 헤매는 것이었습니다. 지정 편의점이나 역 내 안내소에서 살 수 있다는 건 알았는데, 막상 가보면 "이 블록에는 없어요"라는 말만 돌아왔습니다. 세 곳을 돌고 나서야 겨우 손에 넣었고, 그때 느낀 건 '여행 전에 미리 위치를 확인했어야 했다'는 뒤늦은 반성이었습니다.

AT Hop 카드는 오클랜드 교통 당국(AT, Auckland Transport)이 운영하는 선불 교통 카드입니다. 여기서 AT Hop이란 버스, 기차, 페리를 하나의 카드로 통합 이용할 수 있는 통합 교통 결제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종이 티켓 대비 약 10~55% 저렴한 요금이 적용되며, 환승 할인도 함께 받을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가장 편리했던 부분은 환승 정책이었습니다. 트랜스퍼(Transfer) 혜택, 그러니까 30분 이내에 다음 교통편을 갈아타면 추가 기본요금 없이 최대 4회까지 환승이 적용되는 구조입니다. 공항버스로 시내 들어오고, 다시 시내버스로 갈아타도 요금이 한 번 결제처럼 이어지니 도심 이동에 꽤 유리했습니다.

AT Hop 카드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입처: 브리토마트(Britomart) 기차역, 오클랜드 공항 버스 터미널, AT 로고가 붙은 지정 편의점
  • 환승 조건: 30분 이내 탑승 완료, 최대 4회 환승 적용
  • 충전 방법: 오프라인 단말기 즉시 반영 / 온라인 충전은 반영까지 최대 수 시간 소요
  • 페리 이용 시: 와이헤케(Waiheke) 섬 이동에도 동일 카드 사용 가능

오클랜드 교통 정보 전반은 오클랜드 교통 당국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Auckland Transport).

스카이 타워에서 마운트이든까지, 걸어서 체감한 도시의 온도

오클랜드 1일 투어를 하면서 제가 설정한 동선은 스카이 타워(Sky Tower) → 동물원 → 마운트이든(Mount Eden) → 야경 포인트 순이었습니다. 계획은 깔끔했는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스카이 타워는 예약 없이 현장 구매로 입장했습니다. 입장료 체계를 보면 오클랜드 거주자는 29뉴질랜드달러, 비거주 관광객은 35뉴질랜드달러로 나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자국민과 관광객의 요금을 다르게 책정하는 이중 요금제(Dual Pricing)는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 흔히 보던 방식인데, 선진국 도시에서 마주치니 살짝 당황스럽더라고요. 여기서 이중 요금제란 같은 서비스에 대해 거주자와 비거주자에게 서로 다른 가격을 적용하는 가격 정책을 말합니다. 지역 경제를 보호하거나 관광 수입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운용됩니다.

동물원에서는 치타, 레드 판다, 키위를 봤습니다. 키위는 야행성 조류라 전시 공간이 어둡게 조성되어 있어서 눈을 한참 적응시켜야 겨우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치타 전시 구역 앞에서 잠깐 멈췄는데, 달리기 위해 태어난 동물이 좁은 공간에서 서성이는 모습이 괜히 마음에 걸렸습니다. 치타는 생물학적으로 단거리 최고 시속 110km에 달하는 폭발적 가속력을 가진 동물인데, 전시 환경에서 그 본능을 발휘할 일이 없다는 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른 문제로 느껴졌습니다.

마운트이든은 오클랜드 시내에 위치한 화산 분화구(Volcanic Crater)입니다. 화산 분화구란 과거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원형 또는 타원형의 지형 함몰부를 말하며, 마운트이든은 약 1만 5,000년 전 마지막으로 분화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상에 올라서면 오클랜드 도심과 항구가 360도로 펼쳐지는데, 올라가는 길이 예상보다 꽤 가팔랐습니다. 중간에 망고 스무디 하나 사서 마셨는데 그게 없었으면 조금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오클랜드의 지질학적 특성에 대해서는 오클랜드 카운슬(Auckland Council) 공식 자료에도 화산지대로서의 역사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출처: Auckland Council).

야경 포인트에서 만난 뉴질랜드의 마지막 밤

야경 포인트는 구글 맵만 믿고 찾아갔습니다. 지도가 가리키는 곳에 도착했더니 완전히 민간 주택가였습니다. 당황해서 두리번거리는데 저와 똑같이 낚인 사람이 또 있더라고요. 결국 조금 더 걸어서 제대로 된 전망 포인트를 찾아냈고, 벤치에 앉아 오클랜드 야경을 바라봤습니다.

그날 밤이 뉴질랜드 마지막 밤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을 되짚어 보면, 남섬 퀸스타운(Queenstown)에 처음 도착하던 날 하늘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구름이 산을 반쯤 덮고 있던 그 장면은 사진으로는 절대 옮길 수 없는 비현실적인 풍경이었습니다. 뉴질랜드 남섬은 특정 스팟 하나가 압도적이라기보다는 렌터카로 달리는 도로 자체가 여행이 되는 곳입니다. 어디서 멈춰도 구석구석 수준급의 자연경관이 펼쳐지는 나라라는 게 제 경험상의 결론입니다.

한 가지 반성도 있습니다. 렌터카 장거리 드라이브와 트레킹을 병행하다 보니 오후가 되면 체력이 바닥났습니다. 텐션이 떨어진 상태에서 마주치는 풍경은 감동이 반으로 줄어드는 느낌이었습니다. 다음 여행 전에는 기초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해두는 게 진짜 준비라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오클랜드를 시내 위주로만 본다면 1~2일로도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페리로 40분 거리의 와이헤케 섬 와이너리나 무리와이(Muriwai) 비치의 가넷 서식지까지 포함하면 최소 3일은 잡는 게 맞습니다. 저는 일정상 그 부분을 넣지 못한 게 지금도 아쉽습니다. 오클랜드를 다시 가게 된다면 그때는 와이헤케 섬을 반드시 하루 코스로 넣을 생각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_H9_9LRVwM&list=PLD7Ss_NVlYEny-0hZyox4domuFigH_EGP&index=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