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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여행을 앞두고 구글 지도에 저장해 둔 핀이 수십 개인데 정작 어디서 하루를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던 경험, 저도 똑같이 겪었습니다. 베이글, MoMA, 할랄 가이즈까지 이른바 "뉴욕 3대 코스"라 불리는 동선을 직접 걸어봤습니다. 낭만과 현실이 생각보다 꽤 다른 지점도 있었습니다.

뉴욕 MoMA

뉴욕 아침의 현실: 베이글 맛집과 ATM의 함정

뉴욕 여행 첫 아침, 저는 수수료가 없는 ATM기를 인터넷으로 미리 찾아두고 출발했습니다. 여기서 Allpoint ATM이란 미국 전역의 편의점·슈퍼마켓 등에 설치된 수수료 무료 ATM 네트워크를 의미합니다. 트래블 카드 사용자라면 이 네트워크 내 기기에서 인출하면 별도 수수료 없이 현금을 뽑을 수 있다는 게 통설입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구글 맵 위치가 애매하게 나와 있었고, 해당 기기에 꽂아 봤더니 컨택리스(Contactless) 결제 방식만 지원하고 인출은 3.5달러 수수료가 붙었습니다. 컨택리스란 카드나 스마트폰을 단말기에 갖다 대는 비접촉 결제 방식으로, 현금 인출과는 별개의 기능입니다. 수수료 없이 뽑을 수 있다는 정보가 절반쯤은 맞고 절반쯤은 기기마다 다르다는 것, 직접 겪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결국 Bank of America 지점을 찾아 들어가 창구에서 직접 인출하는 방식으로 해결했습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미국 4대 상업은행 중 하나로, 자행 ATM이나 창구를 이용하면 수수료 없이 인출 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약간의 긴장 속에 500달러를 뽑았을 때의 그 기쁨은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제 돈 제가 뽑는데도 이렇게 뿌듯한 게 뉴욕이었습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 베이글 맛집에서 아침을 해결했습니다. 연어와 크림치즈를 넣은 록스 베이글(Lox Bagel)을 시켰는데, 록스(Lox)란 염장 혹은 훈제 방식으로 처리한 연어 슬라이스를 의미합니다. 유대계 이민자들이 뉴욕에 정착하면서 퍼뜨린 음식으로, 뉴욕 베이글 문화의 뿌리와 맞닿아 있습니다. 한 입 먹으니 빵이 쫀득하고 크림치즈의 농도가 상당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침 식사로는 좀 과하다 싶을 만큼 양이 많아서, 두 명이 하나를 나눠 먹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이라는 걸 반쪽을 남기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뉴욕 아침 ATM과 베이글 이용 시 실전 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Allpoint ATM 기기마다 조건이 다르니, 현금 인출보다 트래블 카드 직접 결제를 우선으로 활용할 것
  • 록스 베이글은 양이 많으니 2인 기준 1개 주문을 권장
  • Bank of America 등 현지 은행 지점 창구 인출을 최후 수단으로 준비해 둘 것
  • 뉴욕은 푸드 트럭 포함 대부분의 소규모 가게에서 애플페이 등 비접촉 결제가 가능

맨해튼 예술의 중심: MoMA에서 고흐를 만나다

배가 부른 채로 향한 곳이 뉴욕 현대 미술관, MoMA(Museum of Modern Art)였습니다. MoMA란 1929년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 전문 기관으로, 큐레이션(Curation) 측면에서 전 세계 미술관의 기준점으로 꼽힙니다. 여기서 큐레이션이란 단순히 작품을 모아두는 게 아니라, 시대적 맥락과 흐름에 따라 전시를 구성하고 해석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저는 스스로를 "그림 기사"라고 부를 만큼 미술관 돌기를 좋아합니다. 2층부터 5층까지 층별로 올라가며 작품을 훑는 방식을 선호하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했습니다. 2층에서 앤디 워홀의 팝아트 계열 작품을 지나 4층에서 클림트의 분위기와 닮은 작품 앞에 잠깐 멈췄고, 5층에서 피카소를 확인했습니다. 피카소는 솔직히 제 취향이 아닙니다. 작품 앞에 서도 큰 감동이 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 보는 게 미술관 관람의 솔직한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5층 한쪽 벽면에서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을 마주했습니다. 이 작품은 고흐가 1889년 프랑스 생레미 정신병원에 입원 중일 때 그린 것으로, MoMA의 상징적인 소장품입니다(출처: MoMA 공식 사이트). 멀리서도 한눈에 보였고, 주변에 사람이 몰려 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물감이 두껍게 쌓인 임파스토(Impasto) 기법이 느껴집니다. 임파스토란 물감을 얇게 펴 바르지 않고 두텁게 쌓아 질감을 극대화하는 회화 기법으로, 고흐 특유의 소용돌이치는 붓 터치가 바로 이 기법에서 나옵니다. 사진으로는 절대 전달되지 않는 질감이었습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 형식으로 한마디 덧붙이자면, MoMA는 그냥 돌면 다 비슷하게 생긴 하얀 전시실로만 느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층별 시대 구분을 인식하고 흐름을 따라가면서 보면 현대미술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맥락이 잡히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부터 관람이 달라집니다.

할랄 가이즈와 뉴욕 건축물: 스트리트 푸드와 도시의 온도

MoMA를 나오면 길 건너 인근에 할랄 가이즈(The Halal Guys) 푸드 트럭이 있습니다. 뉴욕에 오리지널과 유사품이 따로 있는데, 스타벅스 앞에 줄이 더 긴 쪽이 진짜입니다. 제가 직접 서봤을 때 줄이 20명은 됐습니다.

할랄(Halal)이란 이슬람 율법에 따라 허용된 방식으로 도축·조리된 음식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무슬림 음식"이 아니라, 특정 도축 방식과 재료 기준을 충족해야 할랄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할랄 가이즈는 1990년대 뉴욕 이집트계 이민자들이 시작한 포장마차에서 출발해, 지금은 전 세계에 프랜차이즈를 둔 브랜드가 됐습니다.

치킨 플래터를 시켜서 야외 벤치에 앉아 먹었는데, 레드 소스를 세 줄 넣은 게 실수였습니다. 매운 걸 잘 먹는다고 자부하는데도 한참 이마에 땀이 맺혔습니다. 제 경험상 레드 소스는 한 줄에서 시작하고, 화이트 소스를 충분히 섞어 먹는 게 맞습니다. 밥은 고소하고 치킨 자체는 부드러워서 소스만 조절하면 충분히 훌륭한 한 끼입니다. 가격은 13달러 선으로, 맨해튼 물가를 고려하면 가성비가 괜찮은 편입니다.

이후 성 패트릭 대성당(St. Patrick's Cathedral), 뉴욕 공립 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Grand Central Terminal)까지 걸어서 이동했습니다. 그랜드 센트럴은 1913년에 완공된 보자르 양식(Beaux-Arts Architecture)의 기차역으로, 보자르 양식이란 19세기 후반 프랑스 파리 국립미술학교에서 발전한 건축 양식으로 웅장한 석조 외관과 장식적인 내부가 특징입니다. 천장의 별자리 그림과 황금색 시계, 44개의 플랫폼 규모는 직접 서 있어야 체감이 됩니다. 뉴욕 공립 도서관은 무료입장이 가능하며, 로즈 메인 리딩룸(Rose Main Reading Room)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문화 공간으로서 도서관의 가능성을 뉴욕이 어떻게 실현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곳이었습니다.

뉴욕 관광청(NYC & Company) 공식 통계에 따르면 맨해튼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연간 6,000만 명을 넘어서며, 이 중 상당수가 MoMA와 그랜드 센트럴을 주요 코스로 포함하고 있습니다(출처: NYC Tourism & Conventions).

뉴욕 하루 코스가 완벽하다는 의견도 있고, 너무 빡빡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걷는 것 자체가 뉴욕을 제대로 느끼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하철을 타면 빠르지만, 그 골목 사이에서 마주치는 소방차, 길거리 과일 가게, 비 맞은 우산 장수 같은 장면들이 결국 기억에 남는 뉴욕입니다. 계획이 어긋나도 괜찮습니다. 뉴욕에서는 작전 변경 자체가 일상이고, 그게 오히려 여행다운 여행이 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H3En5qN49g&list=PLD7Ss_NVlYEl1dsTOV67vvF4oEwMwAjGF&index=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