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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공항으로 가던 날, 저는 벌금 36유로를 냈습니다. 버스 티켓을 샀는데 버스를 못 찾아서 지하철로 탔고, 탈 때는 개찰구가 열렸는데 내릴 때 단속에 걸렸습니다. 그 당황스러움이 며칠을 갔습니다. 그리스 렌터카 로드트립을 준비 중이라면, 출발 전부터 이런 복병이 숨어있다는 걸 미리 알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

아테네 공항 이동, 이것 모르면 벌금부터 시작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테네 시내에서 쓰던 24시간 정기권(Daily Pass)이 공항 노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저는 내릴 때서야 알았습니다. 여기서 데일리 패스란 아테네 시내 지하철과 버스를 하루 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통합 교통권을 말합니다. 문제는 이 티켓이 공항을 오가는 노선에는 적용 제외라는 점이고, 탑승 게이트에서 걸러지지 않고 하차 게이트에서 걸린다는 구조가 관광객 입장에서는 전혀 직관적이지 않습니다.

공항 전용 교통수단의 요금 체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 X95 공항버스: 편도 5.5유로, 아테네 시내 신타그마 광장에서 출발
  • 지하철 3호선 공항 구간: 편도 9유로, 모니스티라키역 등에서 탑승 가능

버스가 훨씬 저렴하지만, 정류장 위치가 구글 맵과 연동이 엉성한 편입니다. 저처럼 정류장을 못 찾아 지하철로 갈아타는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X95 버스를 타려면 출발 전 정류장 위치를 구글 맵이 아닌 아테네 교통국 공식 사이트에서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낫습니다(출처: 아테네 교통공사 OASA). 그리스 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아테네 엘레프테리오스 베니젤로스 국제공항 구간의 요금 특수 구역 지정은 EU 회원국 공항 접근성 규정에 근거한 것으로, 관광객 안내 부족이 오랜 민원 사항으로 지적되어 왔습니다(출처: 그리스 인프라부).

처음에 단속 직원이 60유로를 요구했고, 사정 얘기를 하고 나서야 36유로로 줄었습니다. 현금만 받는다고 했는데, 그 순간 "이게 공식 절차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억울하긴 했지만, 제가 확인을 못 한 것도 맞으니 받아들였습니다. 다만 이 경험 덕분에 이후 렌터카 여행 중에는 모든 유료 도로와 요금 체계를 사전에 두 번씩 확인하게 됐습니다.

렌터카 예약과 차량 인수, 스카이스캐너만 믿으면 반쪽짜리입니다

공항에서 렌터카를 인수할 때, 예약 단계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들이 터졌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렌터카 여행의 완성도는 예약 플랫폼 선택보다 현지 카운터에서 얼마나 당황하지 않느냐에 달려 있더라고요.

스카이스캐너(Skyscanner)는 비행기 검색 플랫폼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렌터카 비교 기능도 꽤 실용적입니다. 렌터카 가격 비교 검색 엔진으로서 허츠, 에이비스, 유럽카 등 대형 업체와 현지 로컬 업체의 가격을 한 번에 비교할 수 있습니다. 저는 몸이 안 좋을 때 예약 타이밍을 놓쳐서 출발 며칠 전에 부랴부랴 잡았는데, 가격이 꽤 올라 있었습니다. 한 달 전에 예약했으면 확실히 달랐을 겁니다.

차량을 인수할 때 꼭 챙겨야 할 서류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한국 운전면허증 (국문 실물)
  • 국제운전면허증 (IDP, International Driving Permit): 국내 운전면허의 국제 통용 번역본으로, 제네바 협약 가입국에서 유효합니다
  • 실물 여권
  • 운전자 명의 신용카드 (보증 보증금 홀드용)

유럽 렌터카 업체들은 자동변속기(Automatic Transmission) 차량을 수동변속기(Manual Transmission)보다 훨씬 적게 보유합니다. 자동변속기란 클러치 조작 없이 기어가 자동으로 바뀌는 방식으로, 국내 운전자 대부분이 익숙한 방식입니다. 자동 차량을 원한다면 조기 예약이 사실상 필수입니다.

제가 예약한 것은 소형 차량이었는데, 현장에서 하이브리드 중형차로 업그레이드(Upgrade)를 받았습니다. 업그레이드란 예약한 차종보다 상위 등급의 차량을 동일하거나 낮은 요금으로 받는 것으로, 업체 재고 상황에 따라 발생합니다. 기분은 좋았지만, 차가 커지니까 좁은 골목에서 긴장도 두 배가 됐습니다.

메테오라 절벽위 수도원

메테오라의 절벽 위 수도원과 벌 떼 속 스테이크 한 접시

아테네에서 서북쪽으로 약 350km를 달리면 메테오라(Meteora)에 닿습니다. 메테오라는 그리스어로 "공중에 떠 있다"는 뜻으로, 300m에서 550m 높이의 사암(砂巖) 기암 절벽 위에 수도원들이 올라앉아 있는 지형을 말합니다. 14세기 초에 첫 수도원이 세워진 이후 16세기에는 24개까지 늘었고, 현재는 수도원 5개와 수녀원 1개가 운영 중입니다. 이 일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UNESCO World Heritage Site)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세계문화유산이란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UNESCO가 보호·관리하는 등재지를 말합니다(출처: UNESCO 세계유산센터).

렌터카가 없었다면 하루 안에 수도원 여러 곳을 돌아보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성 스테판 수녀원, 성삼위 수도원, 대 메테오라 수도원까지 순서대로 이동하면서 주차도 내 마음대로, 멈추고 싶은 뷰포인트에서 차를 세우는 것도 자유로웠습니다. 이건 버스 투어로는 절대 못 누리는 감각입니다.

성삼위 수도원은 007 시리즈 촬영지로도 알려진 곳인데, 메테오라 수도원 중 오르기 가장 힘든 곳으로 꼽힙니다. 제가 직접 올라가 보니 테라스까지 약 13분 걸렸습니다. 인터넷에서 "난이도 최상"이라고 겁을 줘서 각오했는데, 초반은 괜찮다가 중반 이후부터 호흡이 흐트러졌습니다. 여기서 옛날에 짐과 사람을 올리던 도르래 장치를 직접 볼 수 있었는데, 20세기에 계단이 생기기 전까지는 모든 물자를 저 밧줄 하나로 끌어올렸다고 합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됩니다.

식사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직접 먹어봤는데, 그리스 현지 레스토랑의 송아지 스테이크를 웰던(Well-done)으로 주문했더니 고기가 상당히 질겼습니다. 웰던이란 고기 내부까지 완전히 익힌 상태로, 육즙이 빠져나가 퍽퍽해지기 쉽습니다. 다음 번엔 레어(Rare)로 주문했더니 확실히 달랐습니다. 레어란 겉면만 살짝 익히고 내부는 붉은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육즙이 살아있어 부드럽게 씹힙니다. 가격도 14.5유로로 합리적이었고, 양도 예상의 두 배가 나왔습니다.

다만 야외 테라스 식사에는 진짜 복병이 있었습니다. 고기 냄새를 맡고 몰려든 벌들이 접시 위로 올라앉아서 먹는 내내 전쟁을 치렀습니다. 쫓아도 쫓아도 계속 오는 통에, 결국 급하게 먹고 자리를 떴습니다. 낭만적인 뷰가 있는 야외 테라스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건 아니라는 걸 그날 몸으로 배웠습니다.

메테오라는 렌터카로 움직이는 게 맞는 여행지입니다. 하지만 공항 이동 단계부터 차근차근 준비하지 않으면 저처럼 벌금 36유로짜리 수업료를 먼저 내게 됩니다. 공항 전용 티켓 요금 구조 확인, 렌터카 예약 서류 4종 세트 지참, 그리고 메테오라 야외 식당에서는 실내 좌석 선택. 이 세 가지만 미리 챙겨두면, 저처럼 식은땀 흘리는 상황을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메테오라는 인생에 한 번쯤 꼭 가볼 만한 곳인 건 분명하니, 그 감동을 벌금이나 벌 떼에 빼앗기지 마시길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esaiBQW04Y&list=PLD7Ss_NVlYEnWv1-i55ogPyAP6BJ2YEW5&index=9